최근 전기차 화재로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확산하자 현대자동차가 13종 전기차의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에 대한 공포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와 무관하게 화재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홈페이지를 통해 총 13종의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제조사를 지난 10일 공지했다. 공개 대상은 현대차 10종, 제네시스 3종이다. 단종 모델을 포함해 아이오닉 5·6,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 포터 EV, GV60, GV70·G80 등이다.

차종별로 구형 아이오닉, 1세대 코나 일렉트릭, 캐스퍼 일렉트릭은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이, 아이오닉5, ST1, 포터 EV에는 SK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아이오닉6의 경우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생산된 차량은 SK온, 이후 차종은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사용했다. GV60, GV70·G80 전동화 모델 등 제네시스 전기차는 모두 SK온 배터리였다. 이밖에 2세대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에는 중국 CATL 배터리를 넣었다.

현대차 측은 최근 인천 지역에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 이후 배터리 제조사 관련 문의가 쇄도하자 선제적으로 정보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기아도 조만간 전기차 배터리 탑재 정보를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할 방침이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외부 충격에 약하고 화재 진화가 어려운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배터리 제조사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한 기아 EV6에 SK온 배터리가 탑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신뢰도마저 흔들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중국산이냐 국산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불이 안 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는 물론, 화재 발생 시 신속한 진압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자동차공학 전문가는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문제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 소프트웨어 오류, 제조 공정상의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배터리 제조사 공개는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의미가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전기차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배터리 안전성 강화는 물론, 화재 감지 시스템 고도화, 소방 시설 확충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