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천 청라와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건설업계가 전기차 화재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하주차장 화재가 주거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은 전기차 화재 예방 및 진압을 위한 첨단 시스템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로 차량 72대가 전소되고, 70여 대가 그을렸다. 또 전기설비와 수도배관이 높은 열기에 의해 녹으면서 해당 아파트 일부 가구에 전기와 물 공급이 끊겨 8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5일 충남 금산군에서도 충전 중이던 전기차 화재가 발생하면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는 2021년 24건에서 2022년 43건, 2023년에는 7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건설사들이 전기차 화재에 대한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DL이앤씨는 중소기업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건물용 전기차 화재진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화재 발생 시 차량 위치로 진압 장비를 이동시켜, 배터리팩에 구멍을 뚫고 물을 분사해 빠르게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 성능 테스트와 방재시험연구원의 실물 화재 시험을 통해 성능을 검증받았으며, 현재 ‘e편한세상’ 아파트 현장에 시범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전기차 주차구역에 방화벽체를 시공하고, 상향식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등 화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래미안 자이 더 아르케’ 단지에는 전기차 화재 발생 시 상향식 스프링클러가 자동으로 작동되도록 설계해 신속한 화재 대응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대건설은 전기차 화재의 특성을 고려한 설계 가이드를 적용해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시공되는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차 충전 공간에 내화구조를 적용하고 있으며, 연소 중인 차량을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질식소화포를 제공하고 있다.
반도건설은 내년 1월 입주 예정인 충남 내포신도시 반도유보라마크에디션 아파트에 국내 최초로 전기차 화재진압 설비를 적용했다. 이 설비는 화재 발생 시 천장에 설치된 소화덮개가 자동으로 내려와 차량 주변을 차단하고, 스프링클러로 불을 끄는 방식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