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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경의 예술맛보기] 나도 아트 컬렉터가 될 수 있다

아직은 오리지널 그림을 사기 힘든 우리 나라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 가정과 신흥 선진국인 우리나라 가정을 방문하여 보면 다른 점이 많다. 생활방식과 역사가 다르기 때문에 그건 당연한 결과이다

 

. 그러나 필자가 주목한 차이점 한 가지는 유럽과 미주의 선진국의 대부분 가정에는 벽에 원화 그림이 걸려 있고 우리나라의 가정에는 대부분 그림이 없다는 것이다. 필자도 인테리어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한국 가정이나 사무실 인테리어 항목에는 예술작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대개 그림 구매는 투자 목적이거나 부유층의 사치 정도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아픈 이에게 위로를 주는 그림 치료’라는 지난 칼럼에서 이야기했듯이 그림은 사람을 위로해 주고 개인의 기호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그림을 구입하는 것이 비용면에서나 선택면에서도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한번 구입해 본 사람은 그림이 주는 힘에 대하여 경험하게 되고, 조금씩 소장하는 작품들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을 알 것이다.

 

몇 년 전 그리스의 아트페어에 참여한 적이 있다. 당시 그리스는 국가 부도의 위기와 구제금융을받고 있던 때였다. 곧 망할 것 같은 나라의 국민들이 아트페어에 올까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리스의 아트페어는 다른 나라 아트페어보다 저녁 늦은 시간까지 개최되었고 가족단위의 관람자들이 많았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빠가 어린 아들과 와서 어떤 그림 앞에서 긴 대화를 나누었고, 그 부자는 그다음 날도 부스를 방문하여 그 그림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하는 듯했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날 그 부자는 그 그림을 구입하였다. 필자는 그때 그리스 국민이 인식하는 문화의 저력을 느꼈고 지금 그리스의 경제는 놀랍게 회복되고 있다.

 

이제는 K-아트의 시대로

 

지금 전 세계는 K-열풍이 불고 있다. K-POP으로 시작하여 K-무비, K-드라마, K-푸드 뿐만 아니라 한국의 주거방식이나 삶의 방식까지도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 아직 K-아트는 열풍까지는 아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 중견화가들이나 신세대 작가들의 작품은 세계 어느 아트페어에 내놓아도 수준 높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에서도 각 가정에 원화 작품 하나씩 걸어준다면 한국 미술시장은 날개를 달 것이며, 역량은 있으나 작품 활동을 하기 어려운 가난한 화가들이 세계 미술 시장을 석권하는 저력이 될 것이고, 그 그림의 소장자는 그림을 통하여 미적인 체험과 오리지널 명품을 소장하는 것보다 높은 가치를 얻게 될 것이다.

 

작품을 구입하려면

 

그럼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구입하려면 어디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여기서 언급하는 그림 구입은 투자 목적이나 감세의 목적으로 재벌기업이나 부유층이 그림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그림 애호가로서 그림을 구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먼저, 그림을 많이 보아야 한다. 그림을 사조나 기법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감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일단 그림 앞에서 서서 그림이 주는 메시지를 들어보고 느껴본다. 유독 마음이 이끌리는 그림이 있다면 그 그림은 좀 더 자세히, 좀 더 긴 시간 동안 보아야 한다. 작가를 만날 수 있으면 작가와 대화를 해보고,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본다.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은 아트페어, 미술관, 갤러리, 옥션 등 다양하지만 초기에는 아트페어가 가장 다양한 작가의 그림을 한 장소에서 볼 수 있으므로 필자는 아트페어를 활용하였다. 대부분의 아트페어 부스에는 그림의 작가가 나와서 작품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그림값의 네고도 가능하기  때문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그림을 구입할 수 있다.

 

 

그다음, 어느 그림을 사기로 마음먹었으면 가격을 협상한다. 그림의 값은 호당 단가를 적용하는데 호란 미술 작품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이다. 호당 단가를 대부분 작가 자신이나 갤러리에서 정하기 때문에 일정한 룰은 없다.

 

처음 정한 호당 단가는 그 후 작가의 유명세나 전시 횟수, 수상 경력, 소장처 등 작가의 평판이나 수요자의 증가, 작품의 희소성에 따라 조정된다. 즉, 처음에는 작가 자신이 작품 가격을 정하지만 결국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기 때문에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설정하면 시장에서 자연스레 도태되고 만다.

 

만약 투자의 목적으로 그림을 구입한다면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공인된 옥션을 통하여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여 장기간 소장 전시하면서 가치의 상승을 기다려야 한다.

 

신진작가나 중견작가의 그림을 구입하는 것은 투자의 관점에서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처음 작품을 구입하는 경우 너무 큰 작품보다는 작고 저렴한 작품부터 시작하기를 권한다.

 

아직 자신의 작품 기호나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게 서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투자 목적이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림 소장의 초기에는 소장자 자신의 마음에 감동을 준 작품을 선택하길 권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의 가치와 무관하게 처음으로 전시장에 걸려 있던 그림을 구입하여 나의 집에 걸었을 때의 그 설레임과 기쁨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나도 컬렉터 되기

 

이렇게 시작된 나의 그림 컬렉션은 조금씩 확대되어 현재는 50여 점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그림은 회사에 걸려있고, 가끔씩 그림을 교체해 줘 회사를 갤러리처럼 만들어 주고 있다.

 

예술 컬렉터가 된다는 것은 단지 어떤 물건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그 그림을 자신의 공간에 거는 순간, 그림은 그 사람의 생활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 포인트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필자가 소장하였거나 소장할 예정인 한국의 신진작가나 중견작가 20인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예술 엿보기 연재를 마치려고 한다. 이 작가의 작품 중에는 8년 전에 호당 6만 원에 샀는데 현재 호당 30만 원이 넘는 작가도 있다.

 

문학적 서정성을 담고 있는 안기호 작가

아름다운 풍경 속에 반드시 사람이 존재하는 그의 그림은 마치 단편소설 하나를 읽는 것 같은 문학적 서정이 넘친다.

 

조형과 회화를 넘나드는 이기정 작가

도자 조형 작업에 회화성을 가미한 그의 작품은 1200도에서 구운 도자기의 깊은 맛과 추상적이니 회화의 터치가 살아있다.

 

한국 추상의 현주소 구광모 작가

아직 추상화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추상작업을 해 온 구광모 작가는 이미 유럽에서 인정받은 추상 화가이다. 2022년에 고인이 된 그의 작품은 이제 희소성 때문에 구입하기가 어렵다.

 

파도를 화폭에 담는 전정자 작가

외국어대 영문과 교수로 퇴직 후에 그림을 시작하여 열성적으로 작업 중인 전정자 작가는 파도를 그리는 작가로 유명하며, 초기의 파도가 구상적인 것에 비해 점점 추상에 가까운 파도를 그리고 있다.

 

폐목에 생명을 불어넣는 이정인 작가

그는 바다에 떠다니던 폐목을 깎고 자르고, 그 위에 채색을 함으로써 수만 마리의 산천어로 부활시키는 작가이다. 쓰레기로 버려질 폐목이 그의 손에서 생명을 얻는 것이 그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다.

 

화려한 색채의 마법사, 영희 작가

그녀의 인물화는 보는 순간 빠져드는 강렬한 색채가 중요한 특징이다. 화려한 색상을 섞어 쓰면서도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패션어블하다는 이유로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굿즈로 개발되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단아하고 품격있는 꽃 그림, 김애란 작가

꽃이 있는 정물화를 주로 그리는 그녀의 작품은 보는 이들에게 소장의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밝은 색상과 입체적인 터치로 디테일이 살아있어서 벽에 거는 순간 주변이 환해진다.

 

부의 상징 역동적인 비단잉어를 그리는 전미선 작가

물속에서 역동적으로 노니는 비단잉어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마티에르(질감)가 뛰어난 그녀의 작품은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고 벽에 거는 순간 부귀와 영화가 찾아오는 듯하다.

 

세밀수채화로 모란을 그리는 이영미 작가

그녀의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붓의 한 획 한 획이 보일 정도로 디테일하다. 전체적인 느낌은 화려하고 환하지만 수채화로 이런 디테일을 살린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끝없는 실험을 시도하는 노춘석 작가

그는 그림 재료와 기법, 소재 등 가릴 것 없이 실험적인 시도를 그치지 않는다. 나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블루캣에 마음을 빼앗겼고, 다양한 기호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과연 그의 한계는 어디일까?

 

돌을 의인화하는 스토리텔러 박정용작가

신진 세대 작가인 그는 돌의 물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의인화하여 돌에게 생명을 부여해 준다. 그의 작품을 보는 순간 나는 구입하기로 결정을 했을 만큼 마음에 들었다. 한 장의 작품이지만 그 속에는 한 편의 스토리가 담겨있다.

 

시원한 필치의 추상화 최승윤작가

젊음이 그림에 그대로 드러나는 역동적이고 대담한 터치가 돋보이는 추상작품이다. 단색화가 이후 이런 작업에 몰두하는 한국의 젊은 작가가 있다는 것이 한국 미술계에게는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추억에 젖어들게 하는 이강 작가

그녀의 작품을 보면 마치 할머니 집에 있는 것 같은 푸근함과 아스라한 추억에 젖는다. 이불 작가로 알려진 그녀의 작품은 페이스트를 사용하여 입체감을 살려서 마치 진짜 문갑과 이불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만화처럼 생동감있는 이경훈 작가

마치 공상만화를 보는 것처럼 그의 작품의 배경은 판타스틱하다. 그의 그림에는 동물이 많이 나오는데 특히 고양이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의 그림을 마주하고 있으면 유쾌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동화 한편을 보는 것 같은 구채연 작가

아기자기하고 미려한 그녀의 작품은 우리를 동화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대작에서 소품까지 다양한 작품 하나하나 정성과 감각이 살아있다. 그녀의 작품을 꼭 소장하고 싶다.

 

나비를 기쁨으로 표현하는 곽연주 작가

Delight(기쁨)라는 제목이 붙은 그의 나비 그림들은 명랑하고 행복하다. 꽃이 잔뜩 실린 자동차 위로 날아드는 나비들. 그림이 밝고 화려해서 다양한 굿즈도 나와있다.

 

아련한 여인을 그리는 이순희 작가

그림은 작가를 닮는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그녀. 작품의 여인처럼 가녀리고 아름다운 그녀가 그리는 여인들은 늘 상념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 많은 생각들이 머리카락으로 퍼져나가는 듯한 표현은 커피를 사용했다고 한다.

 

존레논을 부활시키는 권기현 작가

인물화, 특히 비틀스의 멤버인 존 레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의 표현력과 기법의 수준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의 그림에는 타락한 정치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존 레넌의 정신이 담겨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자작나무 숲으로 인도하는 이경옥 작가

자작나무 숲을 소재로 주로 그림을 그리는 그녀의 작품은 다양한 자작나무 숲으로 우리를 초대하여 쉬게 한다. 사계절의 자작나무 숲은 나름대로의 색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서 언제나 우리의 마음과 몸을 힐링하게 한다.

 

동양화와 서양화의 접목 성유진 작가

그녀의 그림은 동양적인 사상과 서양화 기법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유니크한 매력이 있다. 특히 그녀는 퍼포먼스에 뛰어나 그의 작품 전시에서는 그녀의 퍼포먼스도 함께 볼 수 있다.

 

컬렉터의 길로 들어서면 이런 그림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한국에는 너무나 많은 유능한 작가들이 있다. 잠재력 있지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발굴은 컬렉터의 길에 들어선 우리 모두가 해야 할 역할이다. 그중 몇몇 작품은 참을성 있게 소장하고 있으면 높은 재화 가치까지 안겨줄지 누가 알겠는가?

 

[ 글=권은경. SG디자인그룹대표.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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