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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람 잡은 열대야 마라톤…‘일벌백계’로 다스려야 

28명 탈진한 하남 마라톤대회, 안전관리는 0점이었다

  • 등록 2024.08.20 06:00:00
  • 13면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는 폭염 현상으로 온 국민이 지쳐가는 가운데 말이 안 되는 ‘열대야 마라톤’ 무더기 탈진 소동이 벌어졌다. 지난 17일 하남시에서 진행된 한 마라톤대회에서 다수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해 수십 명이 탈진해 쓰러지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가만히 있기만 해도 정신이 혼미할 만큼 찜통더위가 혹독한 날에 참으로 한심한 토픽이 아닐 수 없다. 주최 측의 무책임 행태는 말할 것도 없고, 안전사고에 대해 이토록 무딘 관리를 해온 행정기관에 이르기까지 책임 소재를 가려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마라톤협회가 주관하고 매일경제TV가 주최한 ‘2024 썸머 나이트 런’에는 지난해보다 약 2배 많은 약 1만 명이 참가해 안전사고 위험이 컸음에도 이에 대한 관리가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미사경정공원에서 열린 이날 야간 달리기 대회 참가자 중 무려 28명이나 탈진해 쓰러졌다. 당시 119에는 30건이 넘는 신고가 접수됐고, 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응급진료소 설치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대회 시작 당시부터 출발선 근처에 서 있지도 못할 만큼 사람이 많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출발 후 앞쪽에 걷는 사람들이 많아짐에 따라 뒤쪽은 사람이 밀착돼 더 습하고 더웠고 앞쪽에 걷는 사람이 많으면 안전요원들이 뒷사람들이 뛸 수 있도록 지도해줘야 하는데 전혀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도 나왔다. 아르바이트생인 안전요원 역시 경광봉만 들고 있을 뿐 참가자 지도나 안전사고 대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야간에 진행되는 마라톤임에도 불구하고 코스 내 가로등 설치가 부족해 쓰러진 온열질환자 발견이 어려웠으며, 코스를 뛰는 참가자들과의 충돌 위험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참가자들은 코스 5km 지점부터는 안전요원도 거의 없었고 7km 지점부터는 가로등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2㎞에는 거의 100m마다 (참가자가) 쓰러져 있었다는 경험담조차 나왔다. 


폭염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대회 강행부터가 말이 안 된다. 아무리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 하더라도 열대야에 많은 사람이 밀집해서 몸을 움직이는 마라톤대회가 펼쳐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한 데도 마땅한 대비책도 없이 무작정 출발신호만 쏘고 지켜보기만 한 셈이어서 주최 측, 주관단체 모두 큰 비난을 모면키 어렵다. 


지난 2022년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벌어진 처참한 압사 대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는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서의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한층 드높여온 바 있다. 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섭씨 31도를 웃도는 열대야 속에서 달린다는데, 손 놓고 구경만 한 공무원들은 도대체 무얼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인가.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번질 뻔한 이번 사태를 놓고 그나마 사망자가 없으니 다행이라고 안도해서는 안 된다. 희박한 안전의식을 이대로 방치하는 것이 곧 대형 참사를 불러오는 불씨가 된다. 


책임소재를 낱낱이 가려내어 경계의 본보기를 보여주어야 한다. 가마솥더위 속 수많은 군중이 모이는 행사를 주최하면서 안전대책에 소홀한 주최 측이나 느슨한 관리로 동티를 방조한 공직자 모두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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