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난개발 방지를 위해 지난 2007년 도입한 준산업단지 제도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해당 제도를 활용하고자 했던 기업들이 되레 사업 추진에 발을 빼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경기신문은 준산업단지의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고 정부가 제도를 방치하는 이유를 들여다 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준산업단지, 정책 실효성 의문…도입 후 실적용 전무
<계속>
정부는 개별입지 공장 조성에 의한 환경, 난개발 문제 등을 방지하고 계획적으로 공장 밀집지역을 정비할 수 있도록 지난 2007년 4월 ‘산업입지법’을 개정, ‘준산업단지’(이하 준산단) 제도를 도입했다.
준산단은 이미 밀집된 개별입지 공장 인근의 기반시설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로 공장이 들어서기 이전에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에 따라 지정되는 ‘공장입지유도지구’와 차이가 있다.
준산단 사업시행 기업들은 공장 외에도 추가로 도로, 상수도, 소화전, 신호등 등을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정비사업도 함께 실시하게 돼 있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준산단을 준공한 사례는 전국에서 단 한 건도 없다. 여기에 준산단 기업들도 여러 이유로 사업을 포기했지만 개선안 마련도 안돼 취지를 잃은 지 오래다.
준산단은 경기도 내 5곳에서 조성 사업이 추진됐다가 지정 해제 수순을 밟았고 현재는 양감단지, 하저단지 등 화성지역 내 2곳에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준산단 조성이 무산된 곳은 율암단지(화성·지정 해제 순), 덕우지구단지(화성), 구장지구단지(화성), 북양지구단지(화성), 옹정단지(김포) 등이며 기업들은 ‘사업에 대한 개발전망이 없음’을 지정 해제 사유로 들었다.
준산단 조성 단계인 기업들도 ▲준산단에 대한 지원책 미비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구체적으로 산업입지법에 따라 국가 또는 지자체는 산업단지 입주 기업 등에 법인세·소득세·취득세 등 조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준산단 입주 기업은 감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개별입지 공장과 비교해 건폐율과 용적률이 대폭 상향하는 혜택도 마련돼 있지 않다.
준산단 사업시행자인 A 업체 관계자는 “산업단지뿐 아니라 일례로 농공단지 입주 기업들에게도 취득세 감면 혜택이 주어지는데 준산단에는 이같은 메리트가 없다. 업계 관계자 입장에서 개별입지와 차이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건설 물가 상승 등으로 사업시행자가 재정 여건에 맞게 시공 단가를 산정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라고 덧붙였다.
B 업체 관계자도 “공장 일대를 정비해 난개발을 방지하자는 취지로 여러 업체들이 모여 준산단 조성에 나섰는데 적잖은 비용을 투입돼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 12개 업체가 시행에 나섰지만 몇 곳이 부도가 나면서 사업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며 사실상 개별입지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들이 자부담으로 준산단 제도를 활용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A 업체는 준산단 조성 사업을 1·2공구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1공구에 대한 인허가는 이달 중 완료될 예정으로 지난해 11월 준공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 2공구에 대해서는 올해 3·4분기 내에 준공 신청을 할 계획이다.
B 업체는 올해 안에 준공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다만 A 업체는 B 업체와 달리 지난 2013년 준산단 조성 중인 건물 인수를 계기로 해당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
제도 취지와 무관하게 준산단을 조성하고 있는 시행자가 전국에서 최초로 준공 사례를 남기게 된 셈이다.
공장설립온라인지원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전국 개별입지 공장은 14만 5841개소다. 이중 도내 위치한 공장은 5만 7556개소로 전국 개별입지 공장의 39.46%에 달한다.
도내에만 이미 전국의 40%에 가까운 개별입지 공장이 몰려 있는 것으로 공장 난립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준산단 제도의 개선이 시급한 이유다.
한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준산단 제도 활용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준산단 제도는) 개별입지의 부정적 외부효과를 해결하고자 입주기업이 직접 개발하는 민간 주도의 개발사업(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