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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그냥 쉬는’ 청년 역대 최대…정치권은 뭐하나

‘일자리 미스매치’ 넘어 ‘노동 가치개념’ 병증 의심

  • 등록 2024.08.21 06:00:00
  • 13면

구직활동을 할 의지도 없이 ‘그냥 쉬는’ 청년들의 숫자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고질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난제를 넘어 우리 젊은이들의 ‘노동 가치개념’에 심각한 병증이 의심된다. 물론, 선진국 길목에서 나타난 ‘가고 싶은 자리는 없고, 갈 수 있는 자리는 마음에 안 드는’ 미스매치 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 ‘일하는 보람’보다 ‘노는 게 낫다’는 오염된 가치관이 독버섯처럼 자라 오르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우리 젊은이들의 일상은 피폐해져 가는데, 정치권은 대체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층(15∼29세) 중 ‘쉬었음’ 인구는 44만3000명(5.4%)으로 집계됐다. 1년 전 같은 달보다 4만2000명 늘어난 규모다. 이 규모는 코로나19 당시보다 많았으며 같은 달 기준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대였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싶은 상태에 있는 이들을 뜻한다.


7월 기준 ‘쉬었음’ 청년은 2013∼2017년 20만명대였다가 2018년 30만명을 넘어섰다. 이후에도 계속 늘어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44만1000명(5.0%)까지 증가했다가 2022년 36만1000명(4.2%)으로 감소했지만, 지난해(40만2000명·4.8%)부터 다시 증가세다.


‘쉬었음’ 인구가 다른 연령대보다 청년층에서 특히 많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지난달 40대 ‘쉬었음’ 인구는 28만4000명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적었다. 30대도 28만8000명으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50대는 39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저출생 영향으로 청년층 인구가 감소하는 중에도 쉬는 청년 숫자가 증가하면서 그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을 찍었다는 것은 중대한 병리 현상을 시사한다.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찾지 않은 이유를 조사해보니 42.9%는 ‘원하는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이 맞는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꼽았다. 이어 ‘이전에 찾아봤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18.7%),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해서’(13.4%), ‘근처에 일거리가 없을 것 같아서’(11.1%) 순이었다.


더욱이 통계에서 쉬는 청년 다수는 일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대목은 충격이다. ‘쉬었음’ 청년 가운데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이들은 무려 75.6%인 33만5000명에 달했다는 건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 보상이 넉넉한 일만 하겠다’는 사람의 바람은 어쩌면 본능적인 것일 수도 있다. 그럴 수 있는 국가사회를 건설하는 것은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치자(治者)들의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도 정신도 모두 무너지는 젊은이들을 외면하고 하고한 날 권력 쟁패에만 골몰하는 우리 정치권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유대 경전이나 고사성어에 나오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一日不作 一日不食)’는 말은 AI(인공지능) 시대에 안 맞는 격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행간에 깃든 깨우침의 가치는 아무리 시대가 지나도 변할 이유가 없다. 청년들을 일하게 만드는 건 정치의 소명 중에서도 으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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