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집계한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전국 1인가구가 1000만 명(전체 가구 수의 41.8%)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도 높아 내년에는 20%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2025년이면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전 국민 5명 중 1명이 고령자가 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건강한 노후를 맞이하는 것이 사회적 과제가 됐다. 노인의 고독사와 질병,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 문제는 이제 개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의제(議題-아젠다)가 됐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하나로 AI기기를 활용한 스마트 돌봄 시스템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정부와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AI 건강관리 로봇’이나 ‘AI 돌봄 로봇’, 또는 ‘반려로봇’ 보급을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과는 이미 검증됐다. 충북 단양군이 지난해 10월 65~85세 홀몸노인 110명을 대상으로 AI 로봇을 보급했다. 그리고 두 달 후에 이들을 대상으로 K-GDS(한국형노인우울척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대상 노인들의 우울증 지수는 정상범위인 평균 3.9점으로 나타났다. AI 로봇 보급 이전 측정한 우울증 지수는 경우울증 상태인 평균 7.3점이었으니 무려 3.4점이나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경기도에서도 AI로봇을 활용한 노인 건강관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AI 로봇이 홀로 사는 노인을 지켜보고 대화하면서 안부를 묻는 것 뿐 아니라 약 먹을 시간까지 알려준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경기도가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지피티(Chat-GPT)’가 탑재된 로봇을 가정에 대여해 자가 건강관리 능력 향상(규칙적인 약 복용 및 식사 관리 알람), 정서지원(음성 대화 서비스), 인지훈련(치매 예방 프로그램), 응급상황 보호자 알림서비스 및 필요시 응급관제센터를 통한 119 연계, 24시간 모니터링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도는 현재 도내 일부 보건소에서 65세 이상 건강취약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총 583대의 로봇을 확보, 지난 6월 말부터 순차 대여 중이다. 현재 고양시 일산동구, 화성시 서부, 화성시 동탄, 화성시 동부, 안산시 상록수, 파주시, 광주시, 하남시, 광명시, 안성시, 포천시, 양평군, 여주시, 연천군 등 14개 보건소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9일 하남시가 ‘AI 건강관리 로봇 하남이’ 전달식에서 수혜노인들을 대상으로 로봇 시연과 사용 방법 교육을 실시했다. 참석노인들은 큰 만족을 표기했다고 한다. 한 노인이 로봇에게 트로트를 청하자 ‘옥경이’를 골라 들려줬으며,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는 말에는 병원에 가서 진료 받고 얼른 나으라고 다독거려 주기도 했다는 것이다. 경기도 AI로봇은 정서적 불안감을 나타내는 단어를 포착하거나 건강 이상 반응을 보이면 관제 시스템에 보고해 질병이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고
홀로 사는 노인들의 만족도가 높아 큰 도움이 되는 기기이지만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노인들이 훨씬 더 많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정부의 예산과 인력이 한정돼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급격히 증가하는 노인인구를 고려, 정부 차원에서 보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