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8월이다. 1년 12개월 중 벌써 4분의 3이 지나가고 있다. 올해 초 새로운 해를 맞으며 세웠던 계획과 목표를 하나씩 지우고 있지만 야속하게도 시간은 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다. 가끔은 무서울 정도다. 하지만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보다 무서운 건 요즘 날씨다.
올해는 작년, 그리고 재작년에 비교해 훨씬 더운 것 같다. 어쩌면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부터 비교해도 가장 더운 것 같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다. 기후학자들은 이번 여름이 앞으로 다가올 여름 중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라고 말을 한다. 이렇게 더운 상황에 하는 재치 있는 농담이었으면 좋겠지만 무서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매년 여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해서일까? 너무나 익숙하지만 체감하지 못했던, 말로만 듣던 기후 위기, 기후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알 수가 없다.
이번 폭염이 더욱 아찔한 공포로 느껴지는 건, 시간이 흘러 가을이 온다고 해서 끝나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폭염이라는 현상은 하나의 결과이고 또 그 자체로 원인이 되는, 앞으로 다가올 기후 변화의 ‘과정’이다. 이런 기후 변화는 결국 자연에 영향을 끼치고, 이는 곧 우리 인간 삶의 양식에도 변화가 찾아올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결코 좋은 쪽은 아닐 것이다.
북극의 한 지역에서만 10년 사이 1800억 톤이 넘는 빙하가 후퇴했다. 전체로 보면 매년 2720억 톤의 빙하가 사라진다. 그리고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몽골은 국토의 70%가 넘는 지역이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고, 멕시코에서는 이상고온으로 호수가 바닥이 드러나면서 수천 마리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다.
이와 더불어 가뭄, 산불, 태풍,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수많은 야생동물과 식물들이 죽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산불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또다시 기온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자연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인도, 미국,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고, 사망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 폭염 그 자체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극히 일부일 것이다. 기후 위기는 생태계의 위기로 이어지고 식량 위기로 이어진다. 식량 위기는 죽음인 것이다.
2024년 여름, 우리는 이 폭염 속에서도 일상을 살아내고 있다. 지구에 닥친 위기를 피부로 느끼면서도 해야 할 일을 하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이러한 기후 현상이 더 이상 경고가 아닌 현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