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위치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가 아침부터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들로 북적였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2024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가 개막하자마자 현장에는 수많은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몰려들었다.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금융권 취업의 문을 두드리기 위해 2만여 명의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21일 오전, 개막식을 앞두고 박람회장은 이미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현장면접을 위해 대기 중인 취준생들, 기업 관계자들, 그리고 정보를 얻으려는 학생들까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국회 정무위원장 윤한홍(국힘·경남창원시 마산회원구) 의원을 비롯한 각 금융사의 대표들은 개막식 이후 각 부스를 돌아보며 현장을 살폈다. 일부 CEO들은 긴장한 얼굴의 취준생들과 악수를 나누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12개 은행이 참여해 사전 서류심사를 통과한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특히 우수 면접자에게는 향후 채용 시 서류전형 면제라는 혜택을 제공해 취준생들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만들었다. 금융공기업 17개 사도 모의면접을 통해 실전과 같은 경험을 제공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행사장을 찾은 취준생들의 눈빛은 긴장과 설렘으로 빛났다. 노트에 빼곡히 적어온 자기소개서를 다시 읽어보며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점검하는가 하면, 먼저 면접을 마친 친구의 후기를 듣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현직자들을 직접 만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에 있는 이들 모두는 이번 박람회가 유익한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두 곳의 은행에서 면접을 마친 A씨는 "생각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진행됐다"며 "현직자와의 대화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회사의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어서 금융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박람회를 평가했다. 1년째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B씨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행사장을 찾은 이들 중에는 취업을 앞두고 있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인천금융고등학교 2학년인 C양은 "각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을 직접 물어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며 "내년에도 열린다면 꼭 와서 취업상담을 받아볼 것"이라고 다짐했다.
채용담당자들은 "개별 금융사의 인재상을 파악하고 이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한은행의 채용담당자는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했다. 하나카드 채용담당자는 "카드사에서는 데이터 역량이 가장 중요하다"며 "실질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과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도 박람회에 참여해 채용 상담을 진행했다. 카카오뱅크의 채용담당자는 "대규모 공채를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채용 시스템이나 직무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지원자의 성장 의지와 직무에 대한 관심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전했다.
올해 8회째를 맞이한 이번 박람회는 22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며, 역대 최대 규모로 78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은 "금융권은 청년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사회적 책임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창의성과 융합 정신을 가진 청년들이 금융산업의 DNA 혁신에 동참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