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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기의 말에게 말 걸기] AI의 그늘, 진짜는 사라지고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Alison Swift, 1989- )는 현재 미국을 움직이는 최고의 대중음악 기수이다. 세계 팝 음악계 차원에서도 그녀는 최고 최대의 인기를 몰아가는 세계적 가수이다. '타임'지 선정 2023년 올해의 인물,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올해의 앨범상’을 네 번 수상하고 빌보드 차트 1위부터 14위까지 앨범 수록곡으로 채운 최초의 뮤지션이다.

 

그녀의 대중적 인기는 대단하다. 스위프트노믹스(Swiftnomics)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가진 팝스타로서 테일러 스위프트는 고(故) 마이클 잭슨의 인기 기록마저 넘어섰다. 스위프트의 모든 행보가 곧 팝 역사의 새로운 기록이다. 그녀의 음악과 언어, 그리고 그녀의 서사를 담은 책 <테일러 스위프트>는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그녀를 이렇게 길게 소개하는 데는 그녀가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한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테일러 스위프트는 트럼프 진영의 어떤 SNS에 등장하여 트럼프 지지를 수락하고, 트럼프 지지자들과 함께 트럼프 지지의 문자가 쓰인 자켓을 입고 나온다. 그런데 이것이 AI가 합성한 사진으로 가짜라는 것이다.

 

미국의 언론 매체인 비즈니스 인사디어와 더 버지(The Verge) 등은 8월 20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소유한 트루스(Truth) 소셜 플랫폼에 스위프트 관련 합성 이미지를 게시하고 여기에 “(지지를) 수락한다”라는 설명을 달았다고 보도했다. 게시물에는 스위프트와 그이 팬들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티셔츠를 입은 모습과 스위프트를 합성한 포스터 등이 포함됐는데, 이 사진은 다른 사람들이 제작한 것을 끌어다 썼다는 것이다. 즉 ‘리트루스’한 것이다.

 

아직 스위프트 자신이 이를 두고 공식적인 입장을 보인 바는 없다고 하지만, 이 사태를 두고 스위프트의 열렬 팬들이 트럼프 선거 진영을 비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트럼프 진영을 감싸는 쪽에서는 이를 민주당의 공작이라고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유 또한 그럴싸하다. 이 가짜뉴스 사태로 이익을 보는 쪽이 어디이겠느냐 하는 것이다. 가짜에 다시 가짜 선동이 뒤엉켜서 무엇이 진짜인지를 분간치 못하게 하는 혼탁 양상을 보인다고 하겠다. 이런 소용돌이의 중심과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진위 분간이 더욱 어렵다.

 

이 모두는 AI에 의한 이미지 합성에서 생겨난 것이다. 언론들은 이에 대한 법적 문제와 소송 가능성 등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상한 것은 명백한 허위 선전인데도 미국의 전문가들은 이 게시물이 선거 딥페이크(Deepfake,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활용한 인간 이미지 합성 기술 )에 관한 각 주의 법에 저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들은 분석을 내놓는다. 현재 미국 연방 정부 차원의 이미지 딥페이크에 대한 선거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전문가 분석 중에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도 있다. 이를테면 딥페이크는 “설득력 있는 방식으로 누군가를 속이기 위한 것”이라는 이상한 정의를 전제하면서, 이번에 게시한 스위프트 이미지 합성은 누가 봐도 AI를 사용한 것이 뻔하기 때문에 법을 넘어서는 정도가 아니라는 지적 등이 그러하다. 세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정말 어지럽다. 스위프트는 이전 선거에서는 바이든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선거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을 내지 않았다.

 

AI에 의한 이미지 합성의 폐해가 선거의 혼탁을 가져오는 데에 이르렀음에도 법의 제정과 운용은 이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AI 기술의 변화 속도를 사회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AI의 미래에 드리워지는 어두운 그늘이 보인다. 인간은 AI를 나쁜 쪽으로 사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하다. AI는 인간의 타락을 얼마나 조장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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