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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내부통제' 다짐에도 금융사고 반복…책무구조도 속도내나

우리銀 손태승 친인척 부정대출 이어
농협銀 117억 원 횡령…올해만 4번째
은행권, 책무구조도 도입 서두를 듯
금감원, 조직문화 감독수단 마련 예정

 

우리은행에 이어 농협은행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은행권의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권이 '내부통제 강화'를 다짐했음에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금융사들이 책무구조도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조직문화 감독수단' 도입 역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서울 시내 한 영업점에서 횡령으로 의심되는 부당여신거래 행위를 발견하고 지난 20일부터 감사에 착수했다. 횡령 혐의를 받는 과장보 직원 A씨는 2020년 6월부터 이달까지 지인의 명의를 도용해 허위 대출을 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파악된 횡령액은 약 117억 원에 달한다. 농협은행은 즉시 형사고발과 인사조치를 실시했으나, 21일 A씨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감사 절차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올해 들어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는 이번이 네 번째다.

 

우리은행에서도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거액의 부적정대출이 실행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난 1월까지 616억 원(42건)에 달하는 대출이 이뤄졌으며, 이 중 350억 원(28건) 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고 있다. 게다가 금융사고 발생 사실을 당국에 보고하지 않아 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이처럼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은행들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내부통제 강화를 강조하며 제도개선에 나섰지만 사태가 반복되고 있어서다.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횡령·배임·심사소홀 등으로 적발된 부당대출 사건은 9건에 달한다. 

 

은행의 내부통제 문제를 지적하는 금융당국의 수장들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은행은 신뢰의 정점에 있어야 한다"며 "최근 은행의 신뢰 이슈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환골탈태한다는 심정으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임원회의를 통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금융회사에 대해 시장에서 발을 못 붙일 정도로 강한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등 엄정한 잣대로 감독 업무에 임해달라”고 지시했다.

 

또한 이 원장은 이날(25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새 지주 회장, 행장 체제에서 1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수습 방식이 과거 구태를 반복하고 있어 강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전 회장의 불법에 국민들이 은폐할 수 있다고 오해할 수 있도록 처리한 점도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의 은행권 책무구조도 조기 도입 명분이 강해진 만큼, 금융사들도 제도 마련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내년 1월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책무구조도는 CEO를 포함한 임원들의 직책별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책임을 사전에 명시하는 문서로, 주요 업무에 대한 최종 책임자가 특정돼 내부통제 책임을 하부에 위임하지 못하도록 한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제출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을 완벽히 수행하지 않아도 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핵심으로, 시범 운영 과정에서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해 시정하면 제재 조치를 감경·면제해 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앞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한 만큼 대부분의 은행권이 책무구조도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분위기상 (제출을) 내년까지 미루는 곳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감원이 언급했던 '조직문화 감독수단' 도입 또한 속도를 낼 전망이다. 금감원은 호주·네덜란드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감독 당국이 은행의 조직문화를 진단·분석하고 개선을 유도하는 감독 프로세스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 원장은 지난 6월 은행장들과 만나 "임직원들의 잘못된 의식과 행태의 근본적 변화 없이 제도 개선이나 사후 제재 강화만으로는 예방에 한계가 있다"며 "조직문화 차원에서 과감한 변화를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시스템은 많이 개선돼 있으나 내부통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반드시 지키는 문화가 아직 부족해 보인다"며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금융사고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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