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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헌의 심우도] 기회비용과 ‘식민지근대화론’

‘가지 않은 길‘ 詩를 떠올려볼까, 속셈으로도 쉽다

 

광복절 앞둔 지난 14일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일본제국주의 강점기를 미화한 영상을 상영한 교사가 경고 조처에 이어 수업에서 배제됐다. 학교장은 사과했고, 시교육청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했다. 보도된 내용이다.

 

그날 전교생 700여 명 중학생들은 60대 교사가 튼 일제강점기 관련 12분 가량의 동영상을 당혹감 속에서 보았다.

 

이 영상물은 ‘오늘날 한국인 대부분의 인식과는 달리 총독부가 한반도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일제에 의해 사법제도가 정비되고 개인의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 ‘(일제가) 한반도 주민들을 정신적으로 깨어나게 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일제가 뿌렸을 법한 속 검은 소문, 지들이 이러저러한 혜택을 주었다는, 뻔한 식민지근대화론이었다. 노골적 '친일' 주장에 학교는 뒤집혔다. 학생들이 항의했고, 학부모들도 '편향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보도된 내용이다.

 

장황하게 보도를 인용한 것은 이런 사태가 학교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을 교사에 의해 빚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의 논의 이전에, 알 만한 이들이 초보적인 경제 개념을 몰랐거나, 일부러 외면하고 있을 법하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 중 일부도 ‘사회’ 과목으로 배웠거나, 여러 계기를 통해 깨우쳤을 사항이다. ‘기회비용(機會費用)’이라는 근사한 경제(학)용어로 설명되기도 하는, 의외로 간단한 셈법이다.

 

두 갈래 길에서 하나를 선택했다는, 미국 시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시(詩) 제목의 이미지와도 흡사하다. 근세(近世) 일제가 서양 물을 좀 얻어먹고서 침략의 야욕으로 깝죽댄 그 시기에도 우리에겐 기회가 있었다.

 

홀로서기도, 다른 나라와의 연대(連帶)도 선택지 중 하나였다. 침탈(侵奪)의 도둑 근성이 본질인 일제가 아닌, 다른 선택의 ‘그 기회’를 우리가 누리지 못해 입은 손실을 기회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제가 (지 잇속 때문에) 철도를 깔지 않았으면, 우리는 그걸 하지 않았을까? 일제의 수탈 없이 농업이나 광공업을 전개했으면 어땠을까? ‘문화의 힘’은 또 어떤가. 우리(선배)들은 당시 골이 비었다고 생각하니? 일제의 우리나라에 대한 그 ‘근대화’의 속셈을 보자는 것이다.

 

경제재(經濟財) 또는 용역(用役)은 그것이 경제의 원칙에 따를 경우에 가장 효율이 높은 용도에 이용된다. 이때 이용되지 않은 다음 선택지 즉 차선(次善)은 희생된다. 이 희생되는 차선의 용도가 갖는 효용(效用)을, 최선의 용도에서 얻어지는 효율의 기회비용이라고 한다.

 

경제(학)의 기회비용의 뜻이다. 물론 이러저러한 것을 무엇이라고 부른다는 논리의 ‘조작적 정의’다. 이 정의(定義)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식민지근대화론’의 못된 의도의 잡설(雜說)이 품은 모순과 악의(惡意)를 너끈히 짐작한다.

 

생각의 구조, 사고(思考)의 기능이 망가진 이들의 망발(妄發), 도를 넘는다. 기후변화로, 더워서 혼신(魂神)이 다소 흔들린 것으로, 측은하다 본다. 입 비뚤어졌다고 말도 비뚤어졌을까.

 

요사스런 말 판치는 몰(沒)상식 이제 안 된다. ‘위법(違法)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 같잖다. 식구들 모두 잠은 잘 자니, 천벌(天罰)은 어찌 잊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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