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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료대란 해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원포인트 회담 통해 사회적대타협 기구 구성해야

  • 등록 2024.08.30 06:00:00
  • 13면

국민이 죽어나가고 있다. 불과 수 개월 전만 해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국민이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해 죽어나가고 있다. 중증환자들은 상급병원 진료 예약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고, 분초를 다투는 응급환자 중 상당수는 받아 주는 병원이 없어 제 때에 치료를 못 받고 있다.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사직하면서 예고됐던 중증의료 및 응급의료체계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은 28일 정규 시간 외 안과 응급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응급 수술과 입원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성인·소아·외상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고,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은 혈액내과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은 다음 달부터 매주 48시간 응급실 문을 닫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국대 충주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 7명은 지난주 병원 측에 모두 사직서를 냈다. 지역 의료체계의 한 축인 조선대병원은 파업에 돌입하고 호남권역재활병원 역시 파업 동참을 예고했다. 시간이 갈수록 이런 처참한 현실은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추석 명절이 불과 1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즐거워야 마땅한 명절을 앞두고 응급의료체계 붕괴에 대한 국민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가산하고 권역·지역 응급의료센터의 전담 인력에 대한 인건비를 지원하기로 하며, 추석 연휴에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응급진찰료 수가 가산을 기존 응급의료기관 408개에서 응급의료시설로 확대 적용해 경증 환자를 분산하기로 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다. 또한 경증 환자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내원 시 본인부담금을 기존 50~60%에서 90%로 상향한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중증 응급환자가 제때 진료받도록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분산하기 위해 전국 29개 응급의료권역별로 1곳 이상 ‘중증 전담 응급실’을 운영한다. 중증 전담 응급실에서는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 1∼2에 해당하는 중증 응급환자만을 진료한다. 이곳에서 KTAS 3∼5에 해당하는 중등증(중증과 경증 사이) 이하의 환자를 진료하지 않더라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 중등증 이하 환자는 지역응급의료기관과 거점이 아닌 지역응급의료센터에서 진료받을 수 있다. 병원에는 당근을 주고, 국민에게는 병원 문턱을 높이겠다는 발상인데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회의적이다. 특히, 응급수술을 받으면 바로 배후진료과로 이어져야 하는데 중증의료쳬계가 이미 고장나 있어서 정부 대책의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골든타임이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늦었더라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국민을 죽어나가게 하는 이 야만적인 상황은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한다.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 여야 정치권이 이제라도 현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특히,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년도 의대 증원 1년 유예’에 대해 이재명 대표도 공감을 표했기 때문에 국회 차원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동훈 대표의 제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의료 개혁과 관련해 대통령실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단박에 거절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지만,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의료개혁의 본질인 만큼 대통령실도 전향적인 고민을 하길 바란다. 국민이 동의하지 못하고, 더 나아가 국민의 생명권이 위협받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아집’ ‘무능’이기 때문이다.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의료개혁 원포인트 영수회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방법 말고는 길이 없어 보인다. 영수회담을 통해 현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정부·정치권·의료계·각계 전문가와 국민이 참여하는 사회적대타협 기구를 만들어 낸다면, 의료계도 더 이상 환자를 볼모로 투쟁하는 이 위험천만한 일상을 계속 이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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