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행궁 앞 신풍루에서 무예24기 시범공연을 펼치는 박성민 단원의 눈빛은 빛났다. 양 손에 쌍검을 들고 공격과 방어를 이어가며 철릭을 휘날리는 모습은 조선 정조의 군대 장용영을 떠오르게 했다. 무예를 선보일 때마다 마당을 빙 둘러싼 관람객들의 입에선 탄성이 흘러나왔다. 작년 9월 수원시립공연단에 입단한 박성민 신입단원을 만나봤다.
11일 화성행궁에서 무예24기 공연을 마친 박성민 수원시립공연단 단원은 인터뷰에서 “저의 특기는 마상무예고, 무예단의 활력이 되고 싶은 작은 꿈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박성민 수원시립공연단 단원은 작년 9월에 입사해 올해 1년 차가 된 신입단원이다. 초등학생 때 수원에 살며 현재 수원시립공연단 상임단원으로 있는 배국진 단원에게 무예24기를 배웠다. 그때 배웠던 걸 항상 기억하고 지내다가 중학생 때 대안학교에 입학해 다시 무예24기를 접했다. 당시 수업과 동아리 활동으로 편성된 무예24기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햇수로 치면 6년. 고등학생때까지 이어진 프로젝트와 인턴십, 연구 수업에서 무예24기를 배워간다. 개인이 주제와 방향을 정하고 스스로 활동하는 수업에서 무예24기를 익히며 전공처럼 단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게 됐다.
박성민 단원은 “무술도 종류가 많고 공연도 장르가 다양한데, 무예24기의 매력은 스토리라고 생각한다”며 “무예24기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가 있고 그 무기마다 나름대로 쓰이는 방법도 다양하며 한국 전통적인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무예24기는 정조가 편찬한 군사 훈련서 ‘무예도보통지’에 나와 있는 무예를 말한다. 일제 강점기 때 일제가 조선 군대를 탄압하면서 사라지고 책으로만 남아있던 것을 현대에 와서 복원해 수원시립공연단에서 시연하고 있다.
신입단원으로서 박 단원은 “권태를 느낄 틈도 없이 1년이 지나가버렸다”며 “좋아하는 일도 직업으로 가지면 싫어진다는 얘기가 있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여전히 즐겁고 흥미롭게 느끼고 있다. 제 직업이 자랑스러운데, 그런 감정들을 여전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입사 초반에 극단에 잠깐 있었을 때 봤던 무예단 야간 공연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제가 공연에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너무 설레고 ‘빨리 무예단에서 공연을 하고 싶다’, ‘나 스스로에게 무예단 단원이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런 박성민 단원에게도 힘든 점이 있다. 선배들과 터울이 크다는 점이다. 제일 가까운 선배가 6년 차이가 나고 나머지 단원들은 10년, 20년 차이가 난다. 신입단원으로서 연습을 하며 비교 대상이 없어 실력 차이가 나는 선배들에게 좌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금은 그때를 뒤돌아보며 ‘이만큼이면 잘 하고 있구나’ 스스로 다독여 줄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
수원과 무예24기를 알리는 박 단원이 신경쓰는 점은 무예 24기의 ‘첫 인상’이다. 태권도 같은 경우는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어 공연을 봤을 때 바로 전달이 되는데, 무예24기는 생소한 분야라 공연에 앞서 한 번 더 설명이 필요하다. 또 퍼포먼스와 함께 실제 무기에 대한 쓰임새나 활용을 전달해야 해 수원시 무형문화재로서 무예24기를 보존한다는 책임감이 따른다.
박 단원은 “무예24기를 잘 알리기 위해선 스스로 잘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몇몇 마음 맞는 단원들을 모아 소모임처럼 ‘무예24기 연구회’를 만들어 '무예도보통지' 공부를 계속 하고 있다”며 “이름뿐이더라도 둘러 앉은게 좋다”며 노력들을 소개했다.
앞으로 박 단원의 꿈은 신입단원이 들어왔을 때 ‘골목대장’ 역할을 하는 것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무모해 보일지 몰라도 함께 몰려다니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무예단을 재밌게 꾸려나간다는 것이다. 윗 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다.
박성민 단원은 “제 철학은 저 스스로한테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핑계 없이 솔직해지자라는 것”이라며 “앞으로 나의 첫 번째 과제는 잘 성장하는 것이고 조금 먼 바람은 나만의 색다른 캐릭터를 살려 무예24기 수련터를 운영해보는 것이다”고 포부를 밝혔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