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으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면서 국내 건설업계가 중동 정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휴전 협상에 여지를 두고 있지만 전면전 우려까지 나오면서 유가가 급등하는 등 악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이란이 이스라엘에 200여 개의 미사일을 발사해 중동 긴장이 고조됐다. 이스라엘은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표명하고, 이란 핵시설에 대한 타격 가능성까지 대두되자 유가가 상승했다. 다만, 이스라엘이 어떠한 보복을 어느 시기에 할지 불확실해지면서 유가 상승세가 한 풀 꺾인 모습이다.
실제 중동 위기 고조로 한 주 새 급등세를 지속했던 국제유가가 8일(현지시간) 4% 넘게 급락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이날 배럴당 77.18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3.75달러(-4.63%) 하락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전날 한 달여 만에 배럴당 80달러선 위로 올라간 지 하루 만에 다시 배럴당 7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유가 변동성이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다. 유가 상승은 건설 자재 가격의 급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해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 이미 건설 필수원자재 가격은 가파른 우상향을 보이며 건설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기본형 건축비는 총 여섯 차례 인상되며 약 10% 상승한 바 있다. 9월 고시에서는 기본형 건축비(16~26층 이하, 전용면적 60~85m² 지상층 기준)가 m²당 194만 3000원에서 197만 6000원으로 1.7%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는 플라스틱, 아스팔트, 방수재, 페인트 등 다양한 건축 자재의 필수 원료로 사용된다. 유가가 상승하면 이러한 자재의 제조 원가도 증가해, 전체 공사비에 부담을 주게 된다. 또한, 시멘트, 철근 등 주요 자재의 장거리 운송비도 유가 인상에 따라 증가해, 건설 비용을 더욱 압박할 전망이다.
중장비 연료비 상승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크레인, 불도저 등 대부분의 중장비는 디젤 연료를 사용하며, 유가가 오르면 연료비가 급증해 공사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에너지 비용 또한 영향을 미친다. 겨울철 난방과 여름철 냉방에 필요한 에너지가 유가 상승에 따라 증가하면서, 현장 운영비도 덩달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란의 개입으로 인한 중동 정세 불안이 유가 폭등을 초래하고 있다”며 “급격한 공사비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경영난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미 착공한 공사의 경우 계약 조건 변경이 어렵기 때문에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