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에 받은 선물 중에서 아주 맛있게 먹은 것이 바로 곶감이다. 곶감을 만들어 먹는 식문화는 우리 나라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현재는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퍼져서 한국 음식이 되었다. 곶감의 어원 중에서 꼬챙이에 꽂아서 말린 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필자가 아주 어렸을 때 시골에 가면 할머니가 꼬챙이에서 곶감을 빼서 주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의 곶감의 역사는 고려시대인 12~13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요즘은 완전히 말린 건시보다 반쯤 말려서 겉은 쫄깃하고 속은 촉촉한 반건시가 인기가 있다. 곶감의 효능을 찾아보니 의외로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기침이나 가래를 낫게 하고 목소리를 윤택하게 하는 데에 좋으며, 어린이들 설사에도 효능이 있다고 한다. 또한 식이 섬유가 많아서 변비를 예방하며, 포도당과 당분이 풍부하여 빠른 피로회복에 도움이 되며,철분이 많아서 빈혈을 예방하며, 타닌 성분은 알코올 해독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우리에게 유익한 곶감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곶감 입장에서 살펴보니 참 재미있고 유익한 교훈을 얻었다. 모든 감이 다 곶감이 되는 게 아닌고 감이 곶감이 되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변화가 아니다.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감이 다 익기 전에 따서 먹어보면 떫어서 입에서 넘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달콤한 곶감은 이런 떫은 감일수록 좋다. 끝까지 살려고 아둥바둥 나뭇가지에 붙어 있다가 풀석 땅으로 떨어진 감은 만신창이가 되어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버려진다.
10월에서 12월 사이에 수확한 감으로 곶감을 만드는데 감이 곶감이 되기까지는 수많은 역경을 겪어야 한다. 상강 첫서리 내릴 무렵 가지에 붙어 있던 감을 강제로 가지에서 잘라낸 것도 모자라 온몸을 발가벗기고 몸 속 깊이 대꼬챙이를 박고 싸리가지 끝에 높이 매달았을 때, 아마도 곶감은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었을 것이다. “주여 저들은 지금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그리고 삼일만에 부활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장장 보름, 아직은 햇볕이 따가운 시월 끝과 차가워진 십일월의 바람을 맨몸으로 견디어 낸 후, 꾸덕꾸덕 굳어진 몸을 예쁘게 매만지고, 또다시 보름쯤 매달려서 하얀 그리움 같은 가루가 온몸을 뒤덮을 때까지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곶감이란 이름으로 부활할 수 있다.
그후 떫은 감의 생은 완전히 달라진다. 물컹물컹하고 쉬이 터지고 조금만 건드리면 상처를 받던 삶이 쫀득하고 달달해진 새 삶으로 바뀐다. 얼마나 달콤하고 맛있으면 호랑이조차 곶감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는 이야기가 나왔을까?
우리의 존재도 다른 사람에게는 떫을 수밖에 없었던 미숙한 때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돌아보거나 기다리지 못하고 자포자기하고 만 이들도 있다. 그러나 떫은 감 같은 우리가 곶감 같은 존재로 부활하기 위해서는 세상의 허식을 벗어버리고, 삶을 흔들어대는 바람과 차가운 시선을 견뎌내면서 자신의 속에 있는 자양분을 키우고 끌어내야 한다. 그러면 자신의 인생의 당도도 높아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곶감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젯밤 곶감을 먹다가 시작된 사소한 발견! 아, 오늘은 곶감 하나 먹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