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브로커 명태균씨의 입에 윤석열 정권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이번에도 역시 김건희 여사가 주연급으로 등장한다. 연일 강도를 높이며 검찰과 여권을 향해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는 명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쩔쩔매는 대통령실과 여권, 머뭇거리는 검찰. 최저치를 경신하는 대통령 지지율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은 2022년 6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 측에서 공천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다. 녹취록 등에 따르면 공천 청탁의 핵심 경로는 김건희 여사와 당시 공천라인을 장악하고 있언던 ‘친윤’ 정치인들이다. 이 때문에 사건 초기부터 대통령실과 검찰이 머뭇거리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실과 검찰이 머뭇거리는 사이 피의자 명태균의 협박성 폭로는 점점 더 적나라해지고 있다. 명씨는 처음에 대선 전부터 친분을 맺게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인연 과시했다. ‘가정집에 자주 방문하는 택배’를 예로 들면서 윤 대통령 자택에 자주 드나들었다고 했고, 언론에 집 안 반려견의 위치까지 상세히 알려줬다. 또한 대통령하고 텔레그램을 주고받고 김건희 여사와는 수시로 통화하는 사이였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자금법 피의자로 입건하자 명씨의 말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 과시’에서 ‘정권을 향한 협박’으로 바뀌었다. 명씨는 “잡아넣을 건지 말 건지, 한 달이면 하야하고 탄핵일 텐데 감당 되겠나라고 검사에게 묻겠다”고 했고, “아직 내가 했던 일의 2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며 “대선 때 내가 한 일을 알면 모두 자빠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들에게 "휴대전화가 내 변호사"라며 확실한 물증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대통령실의 석연치 않는 대응이다. 명씨의 말이 허언이라면 그동안 비판 언론에 대해 지체없이 기자들을 압수수색하고 기소했던 것처럼 명씨를 허위사실로 고소를 하면 될 일인데 꿈쩍도 않고 있다. 이 참담한 장면을 보고 있는 대다수 국민들은 대통령실이 법적 조치를 ‘않하는 것’이 아니라 구린데가 많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명 씨 논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통령실은 지난 8일 ‘대통령이 대선 전에 명 씨를 자택에서 두 번 만난 적은 있으나 친분은 없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내놨다. 그러나 이 해명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이 말 한 두 번의 만남은 이준석 의원과 박완수 경남지사다. 그러나 김영선 전 의원이 명씨와 함께 대통령 부부를 만났다고 밝혔다. 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이 급하니까 뚱딴지같은 헛소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당시 명 씨가 나에게 전화를 걸어와 받았더니 김건희 여사를 바꿔줬고, 김 여사가 '남편을 만나 달라'고 해, 식당에서 처음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에게 명 씨를 소개해준 것으로 지목된 이준석 의원도 "대통령실의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자신보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 씨와 아는 사이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대통령실의 해명은 뭐 하나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 없다. 바로 들통날 거짓 해명을 한 이유가 궁금할 뿐이다.
최근 인터넷 언론사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공정(주)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다른 기관의 조사결과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조사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여사 관련 설문이다. '김 여사가 불거진 의혹들에 대해 사과할 경우 수용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이 56.4%로 나타났다. 윤 정권 탄생의 핵심 기반이었던 TK에서도 60%이상이 수용할 의사가 없다고 조사됐다. 김여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골든타임이 이미 지나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김여사 논란을 정리할 의사는 전혀 없어 보인다. 검찰은 아직도 대통령 눈치만 보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국회 뿐이다. 국민의 힘이 나서야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법치를 세우겠다는 각오로 국회를 통해 이 참담한 현실을 해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