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나이를 먹는 건 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떠난 자리에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서는 일은 이제 흔하다.
미추홀구에 사는 A씨(28)가 다녔던 어린이집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어느새 치매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어딜 가도 또래보다 노인들이 더 많았던 동네라 새삼스럽지도 않았다.
요즘에는 동네 한 바퀴만 돌아도 ‘노인’이나 ‘요양’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간판을 수십 개나 볼 수 있을 정도다.
그는 “다녔던 어린이집이 바뀐 걸 보니 고령화가 더욱 체감됐다”며 “길을 걷다 보면 어린이집·유치원보다 노인요양시설이 더 많아진 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태어나는 아이들은 적은데, 나이는 계속 들어간다.
10년 전만 해도 인천의 노인 비율은 10.1%(29만 3136명) 수준이었으나, 순식간에 허리가 굽었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인천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2만 578명으로, 전체 인구의 17.3%를 차지한다.
뒷걸음질 없이 노인 비율은 매년 늘고 있다. 어느새 초고령사회(노인 비율 20% 이상)가 코앞까지 다가왔다는 얘기다.
반면 아기 울음은 급격히 줄었다.
지난해 인천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치는 0.69명에 그쳤다. 합계출산율은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원아 수가 줄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들도 덩달아 비상사태다. 경영난을 겪다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노인 장기요양기관으로 업종을 전환하기도 한다.
최근 10년간 인천지역 어린이집·유치원의 장기요양기관 전환 건수는 2014~2018년 3건, 2019년 1건, 2020년 3건, 2021년 5건, 2022년 2건, 2023년 1건, 2024년(8월까지) 4건 등 모두 19건이다.
군·구별로 보면 남동구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미추홀구 4건, 부평·서구 3건, 중·연수구 1건 순이다.
지난 2021년에는 남동구에 있던 산후조리원 1곳이 장기요양기관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진숙 의원(민주·광주 북구을)은 “최근 저출생 고령화 상황으로 영유아 교육·보육 기관의 경영난, 노인장기요양기관 수요 폭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린이집·유치원의 노인 장기요양기관 시설 전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영유아 시설 폐업과 장기요양기관 수요 조사를 통해 정부가 공공서비스 확충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