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1 (목)

  • 구름많음동두천 6.0℃
  • 맑음강릉 10.7℃
  • 박무서울 7.5℃
  • 박무대전 6.7℃
  • 맑음대구 7.2℃
  • 연무울산 10.0℃
  • 박무광주 8.3℃
  • 맑음부산 12.0℃
  • 맑음고창 5.9℃
  • 구름조금제주 12.9℃
  • 구름조금강화 6.6℃
  • 구름많음보은 5.7℃
  • 맑음금산 5.5℃
  • 맑음강진군 7.3℃
  • 맑음경주시 7.4℃
  • 맑음거제 11.0℃
기상청 제공

[한기호의 한반도 리뷰] 불붙은 경기권 DMZ 재단 신설론

 

출구없는 남북관계가 연일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 11일 저녁 북한 외무성은 중대발표를 통해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출현하여 대북전단을 살포했다며 군사적 충돌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수 개월간 우리측 탈북 민간단체의 대북전단과 북한의 쓰레기풍선 간의 공방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까? 문제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목전에 둔 이 순간에도 남북간의 소통기구나 실효적인 중재수단이 부재하다는 것에 있다. 돌이켜보면 한국전쟁 이후 물리적 완충지대(buffer zone) 역할은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가 수행해왔다. 그러나 현재 남한은 대전차 방호벽을, 북한은 대전차 장벽을 쌓아 올렸고 2019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비무장화에 합의했던 약조도 지난해 말 파기되었다. 시쳇말로 ‘중무장지대’로의 귀환이다. 1950년 당시 죽음의 장소였던 이곳에 다시 적대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유튜브 검색창에 한국전쟁을 입력하면 이른바 ‘고퀄’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전쟁 시뮬레이션 콘텐츠들이 수백만의 조회수를 경쟁적으로 빨아들이는 지금이다. 짧았던 평화의 빗장이 굳게 닫힌 채 시선은 다시 DMZ를 향하고 있다.

 

지리적 개념의 DMZ는 남북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이 250km, 폭 4km의 이격된 공간이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천혜의 자연환경이 보존되어있는 생태계의 보고’인 이곳은 폐허가 된 땅 위에 수십 년간 무심한 듯 새 생명을 잉태해왔다. 한국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267종 중 비무장지대에 서식하는 102종(국립생태원)이 그 경이로운 결과물이다. 우리는 접근성의 문제로 제도적 의미를 넘어 남북접경지역 일대를 DMZ라 관행적으로 호명해왔다. DMZ의 외연이 커진다는 것, 그만큼 분단이 고착화되었다는 방증이다. 평화를 촉발하는 가교를 자처하며 2015년 닻을 올린 '대지를 꿈꾸며'(Dreaming of Earth) 프로젝트는 현실성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명성있는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북한작가의 작업공간을 비워둔 공중정원의 통로설계는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일본의 건축가 반 시게루가 맡았고, 2017년 10월 간담회에는 DMZ 탐사 결과를 토대로 한 논픽션 '인간 없는 세상'('The World without Us'·2007)의 저자인 미래학자 앨런 와이즈먼도 참석했다. 이곳은 이제 세계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공간이 되었다. 날로 상징성이 확장되고 있는 DMZ가 체계적으로 보존되고 평화적으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9월 4일 열린 제377회 임시회 본회의 중 이채명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요지서를 통해 DMZ를 군사적 완화를 넘어 평화, 생태, 역사, 문화 등 다양한 가치를 가진 ‘더 큰 평화’를 실현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글로벌 브랜딩을 위해 평화누리길 운영, DMZ 오픈페스티벌 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조례에 따라 기 수립된 2021~2025년 DMZ일원 발전종합계획안은 생태환경 보전전략을 위시로 34개 추진과제에 17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중이다. 지난해 문화행사인 DMZ 오픈페스티벌에만 DMZ 사업예산 90억 중 약 54%인 49억 원이 소요되었다.

 

일각에서는 경기도가 DMZ 오픈페스티벌 조직위원회(DOF), DMZ 정책 매트릭스 협의체 구성과 경기관광공사와 협업에도 불구하고, DMZ 지원관리 사업과 브랜드 홍보사업의 개별 운영상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도에서도 DMZ 사업의 통합 운영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DMZ 관련 사무가 50여 명의 평화협력국(3과)에 산재되어 있고 DMZ정책과 인력은 17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주무기관 인력 대응의 한계가 뚜렷하다. 가칭 ‘DMZ 평화재단’과 같은 총괄 관리·실행기구의 신속한 설립을 통해 DMZ 정책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리는 이유이다. 이미 강원도는 2020년 강원관광재단의 출범을 통해 DMZ 접경 시군의 각종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DMZ 일원의 체계적 관리는 한반도의 평화적 완충지대로서의 국내외적 가치 상승은 물론 공공기관의 ESG 책임론에도 부합하다. 평화경제특구법에 따라 접경지역에 조성될 평화경제특구도 DMZ 재단운영의 외연 확장 면에서는 호재이다. 향후 ‘지방출자·출연법’에 따라 DMZ 재단 설립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타당성 검토가 속히 진행되기를 기대해 본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