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2주년 소방의날을 앞두고 소방당국 내부에서 현장 중심의 조직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소방의 주요 업무인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에 투입되는 소방공무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 현장 경험 없으니…이해도 낮은 소방 지휘부
7일 경기신문 취재에 따르면 소방당국 내부에선 소방 지휘관들의 현장 경험 부재로 일선 소방공무원들의 업무 위험성이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소방학교에서는 매년 30명 상당의 '간부후보생'을 배출한다. 이들은 약 1년간 합숙교육을 이수한 후 6급에 해당하는 소방위로 부임하며 소방서장과 지휘팀장 등 '소방 지휘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 구급활동이나 화재진압 현장에서 근무한 경력은 불과 약 10개월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 현장에 투입되는 화재 진압 요원인 A소방관은 "화재 현장은 모든 것이 체계적인 교과서와 달리 각종 돌발사고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그러나 화재 진압에 대한 지식과 실제 불을 끈 경험이 충분한지 의심되는 지휘관들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 현장에 필요한 정책은 '묵묵부답' 불만 터져
결국 현장을 모르는 지휘관들로 현장에 필요한 소방 정책들은 마련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수년째 해결되지 않는 소방공무원 인력 부족 문제이다. 지난 2018년 소방공무원 신규 채용 인원은 총 5636명이었다. 이후 감소세를 보이더니 2021년 4408명, 2022년 3657명, 2023년 1560명으로 줄었다. 올해의 경우 1683명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현장에서는 인력 문제 해결에 역부족이라는 분위기이다.
화재 진압 요원 B소방관은 "화재 진압에 사용할 소방 차량을 운전할 인력마저 부족해 운전 소방공무원 혼자서 차량 2~3대를 한꺼번에 담당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업무 피로가 높아지지만 일 할 사람이 없으니 소방관들은 휴가도 반납하며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인력 부족은 소방 구급대가 이송하는 환자들의 생명과 안전과도 직결된다.
소방청은 2014년 구급능력 향상을 위해 구급차 1대당 운전자 포함 3인이 탑승하는 '3인 구급대'를 각 지역 소방본부에 권고했다. 2024년 기준 전국 구급차 중 88%가 3인 구급대로 운용되지만, 도는 인력 부족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53%를 기록했다.
도에서 근무하는 C구급대원은 "2인 구급대는 운전자를 제외하면 구급대원 혼자서 심폐소생술과 지혈치료, 약물 투여 등 각종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을 보호하고 구급대원의 근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3인 구급대 운용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결국 소방은 '현장'…지휘부도 '현장 중심' 돼야
소방공무원들은 소방당국의 업무는 행정 중심이 아닌,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현장 중심인 만큼 현장 경험이 충분한 간부가 지휘부에 배치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현장과 부합하지 않는 정책을 줄이고, 위험한 재난 상황에 대처하거나 인명 구조에 나서는 소방공무원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소방 지휘부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영재 소방통합노동조합 위원장은 "화재 현장은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만큼 현장 경험이 충분한 지휘관의 지휘가 필수적이다"며 "현장에 20년 넘게 투입된, 잔뼈가 굵은 지휘관을 지휘부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충원 등 현장에 시급한 정책은 진행되지 않으면서, 인력을 갉아먹고 불필요한 정책과 행사, 행정 업무만 늘어나고 있다"며 "소방공무원들의 업무 환경 개선과,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지휘부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