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자기는 ‘천하제일 비색청자’와 ‘달항아리’로 대표된다. 고려시대부터 이어져온 푸른빛의 청자와 조선시대 보름달 같이 환한 백자는 단아하고 청아한 매력으로 지금까지 전해져오고 있다. 시대가 흐르고 생활양식이 변함에 따라 도기와 자기도 변형이 이뤄졌고 ‘도자공예’라는 이름으로 우리 삶과 문화를 밀접하게 보여주고 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대 도자공예의 역사와 흐름을 알 수 있는 전시 ‘한국 현대 도자공예: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로운’이 열리고 있다. 해방 이후 도자공예의 전통을 잇고 새로운 생활양식을 받아들이며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다. 정규, 원대정, 유근형, 김재석, 김익영 등 74명 작가의 작품 200여점과 아카이브 7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 제목은 미술사가 고유섭(1905-1944)이 전통에 대해 ‘영원의 지금에서 늘 새롭게 파악된 것’이라고 정의한 데서 따왔다. 도자공예가 전통을 이으며 현대에 이르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전시는 ‘프롤로그. 현대성의 태동’, ‘1부. 정체성의 추구’, ‘2부. 예술로서의 도자’, ‘3부. 움직이는 전통’으로 이어진다.
전시의 시작인 ‘프롤로그. 현대성의 태동’ 섹션에 들어서면 한국조형문화연구소의 ‘백자청화북단산장재떨이’가 자리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상흔을 벗어나고자 다양한 노력이 이뤄진 1950년대 국립박물관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한국조형문화소가 제작한 도자기다.
한국조형문화소는 당시 간송미술관 부지에 ‘성북동가마’를 운영했고, 조각가 윤효중(1917-1967)이 세운 한국미술품연구소는 ‘대방동가마’를 운영해 조선백자와 고려청자를 재현 또는 재해석한 도자기를 생산했다. 국가 산업 발전을 목표로 한 한국공예시범소는 수출용 도자기를 개발했다. 이 시기 연구원들은 대학 도자공예1세대 교수로 활동하며 도자 교육 기반을 마련했다.
‘1부. 정체성의 추구’에서는 국가로서의 기반을 다진 1950년대 이후 현대적 면모를 갖춘 1960-70년대를 조명한다. 1960년 4.19혁명과 1961년 5.16 군사정면을 거처 수립된 정부는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며 새로운 국가 비전을 제시했고, 민족중흥 정책은 국가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을 부활시켰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았던 지순탁의 ‘다완’을 비롯해 강수화의 ‘백자진사호’, 김익영의 ‘덤이항아리’ 등 현대적 조형성을 반영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에 소장된 안동오, 장우성의 ‘백자청화시포도문팔각병’과 안동오, 서세옥의 ‘백자청화산수문십이각병’ 등도 전시된다.
‘2부. 예술로서의 도자’에서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발전한 우리나라의 ‘도자 조형’과 ‘공방 공예’의 두 형식의 도자를 살펴본다. 이 시기는 국제적 예술 양식을 적극 수용하는 동시에 한국 문화를 국제무대에 소개하는 시도가 이뤄진 시기다. 1990년대 조각적 특성을 강조한 ‘도자 조형’과 개인의 운영하는 공방 시스템을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한 ‘공방 공예’를 살펴본다.
1950년대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도자의 일본의 소데이샤의 전위 도예 운동으로부터 전개된 ‘도자 조형’ 작업을 진행한 신상호는 ‘헤드 시리즈’를 통해 흙의 거친 질감과 야생적인 소머리를 만들어 새로운 도자 조형 양식을 선보였다. 전통적 도자기 생산지인 광주의 ‘광주요’에서는 상업적 도자 생산을 위해 ‘분청중성박지목부용문 시리즈’등을 만들었다.
마지막 ‘3부.움직이는 전통’에선 이런 전통을 이어온 현대 도자공예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1999-)와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경기도자비엔날레, 2001-) 등 전문적이고 다양화된 도자 축제로 이어온 도자 문화를 볼 수 있다. 김지혜의 ‘모국어&사랑의 서신’과 김진의 ‘사랑, 감자, 노동’등을 볼 수 있다.
달항아리에서 시작된 우리 도자가 근대를 거쳐 실생활에 접목되고 예술로서 발전해온 역사를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5월 6일까지 계속된다.
[ 경기신문 = 고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