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만의 집중 폭설로 큰 타격을 받은 경기도 내 피해가 심각하다. 반가워야 할 첫눈이 ‘공포의 습설(濕雪)’ 재앙이 돼버린 형국이다. 해수와 대기의 온도 차로 발생한 ‘습설’은 기온이 낮고 건조할 때 오는 ‘건설(乾雪)’보다 훨씬 무거워 피해를 키운다. 문제는 환경오염이 불러오는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아 이 같은 예측 불가 환경재앙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화석연료 사용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 등 근본적인 대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지난 30일 오후 5시 기준 경기도에서는 폭설로 인한 시설물 피해 2930건이 접수됐다. 16개 시·군에 거주하는 459세대, 823명이 대피했고, 이 중 416명은 임시거처 등으로 피신했다. 경기 남부 지역 피해가 두드러졌다. 안성시에서는 이번 폭설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농업·축산시설 등 1000여건의 민간 시설과 15건의 공공시설도 피해를 봤다. 지금까지 집계된 피해액은 352억원에 달하고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유 시설의 경우 총 재배면적 1126㏊의 농업시설 중 시설하우스와 인삼재배시설 등 28%에 해당하는 316㏊가 손해를 입었다. 축산농가 1815곳의 30% 이상인 570여 곳도 축사·가축 폐사 피해를 봤다. 공공시설은 체육시설인 야구장과 테니스장, 족구장, 도로와 휴양시설 등 모두 15곳(피해액 83억원)이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경기도는 신속한 재난피해 복구를 위해 총 301억 5000만 원 규모의 재정지원을 긴급 결정했다. 31개 시군 재난관리기금 73억 5000만 원, 이재민·일시 대피자 재해구호기금 8억 원, 재해피해기업 특별경영자금 200억 원, 피해시설물 철거·폐기 지원 20억 원(예비비) 등이 그 내용이다. 도는 먼저 시급한 제설작업과 응급 복구를 위해 재난관리기금 73억 5000만 원을 31개 시군에 일괄 지급했다.
1차 교부된 재난관리기금은 필요한 제설제, 제설장비, 유류비, 응급 복구비 등 장비와 물품 지원에 사용된다. 또 폭설로 발생한 이재민·일시 대피자·정전 피해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재해구호기금을 지급한다. 추가적으로 집계되는 피해에 대해서도 지속 지원할 방침이다. 아울러 재해 피해 기업 및 소상공인의 금융지원을 위해 별도 편성된 ‘재해피해기업 특별경영자금’을 기존 50억 원에서 최대 200억 원으로 확대해 선제적으로 지원키로 했다.
김동연 지사는 2일 오전 안성과 평택 등 폭설 피해 지역을 다녀온 뒤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6개 피해복구 지침을 밝혔다. 김 지사가 제시한 지침은 ‘재정 병목현상 해결’, ‘당장 현실적 해결·지원 방안 마련’, ‘예비비 편성 적극 검토’, ‘공헌한 민간 사례 발굴 적절한 포상’, ‘평택·안성·용인 이외 특별재난지역 추가 지정 검토’, ‘기후변화 초래 새로운 재난 대응 방안 적극 모색’ 등이다.
탄소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의 여파로 지구의 자정능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일 년 치 강수량이 하루 만에 쏟아지는 이변이 빈번하고, 뜻하지 않은 폭설로 지구촌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기상기구는 올해 처음으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정한 기후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국은 2031~2049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조차 마련하지 않아, 지난 8월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았다. 우리 국가사회는 화석연료 사용 조기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낭떠러지인 줄 뻔히 알면서도 가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달려가면서, 재해가 발생할 적마다 ‘재난지역 선포’가 어쩌고, ‘지원금’이 어쩌고 하면서 사후약방문만 늘어놓는 이 바보짓을 언제까지 지속할 건가.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우리는 지금 아무 생각 없이 공멸의 길을 질주하고 있는 건 아닐까.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