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만에 선포된 비상계엄 사태에 대권잠룡이라고 평가받던 전·현직 광역자치단체장 출신 정치인들이 각기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야 모두 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대외적으로 적극 행보에 나섰으나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시정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이재명 플랜B’로 언급되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 4일 본격적인 대외활동을 개시했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부터 여의도 국회를 찾아 ▲비상시국대회 참석 ▲더불어민주당 광역단체장 5인 공동성명 발표 ▲우원식 국회의장 면담 ▲이종찬 광복회장 예방 등 일정을 소화했다.
비상시국대회 현장에서는 취재진과 만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자. 가장 빠른 방법으로 (대통령) 탄핵이 아니라 체포까지 가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당초 독일에 체류 중이었으나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 본래 내년 상반기로 계획했던 귀국 일정을 앞당겼다.
앞서 지난 3일 김 전 지사는 SNS를 통해 “서울의 봄 비극이 되풀이돼선 안된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그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최대한 빨리 귀국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지사는 5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해 곧바로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대표를 예방했다.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은 계엄령 선포 직후 행정1·2부시장, 정무부시장 등 시장단을 소집해 긴급 간부회의를 개최하는 등 상황 변화에 대응했다. 이날 출국 예정됐던 인도·말레이시아 출장도 취소했다.
오 시장은 지난 4일 서울시청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명분 없는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 본령을 거스른 행위로,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해당 사태의 근본 원인을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극단적 방탄 국회’라고 언급하며 대통령 탄핵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5일 대구시청에서 간부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당부를 전했다.
홍 시장은 “시대가 변했고 군인들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아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비판했다.
다만 대통령 탄핵에 대해서는 SNS를 통해 “헌정이 중단되는 사태가 재발돼선 안 된다”며 “국민의힘은 탄핵은 막고 야당과 협상해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같이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대통령 탄핵이 최대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오는 7일로 알려진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여부에 따라 대권잠룡 4인의 향후 행보도 달라질 전망이다.
표결 여부에 따라 여야 당 대표의 리더십 등에 대한 평이 달라지면 ‘대권 플랜B’로 평가받는 인물들에 대한 인식도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의 경우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관련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떤 태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한 대표가 여당의 대권 후보로서는 지지율이 높은 편이기에 소위 ‘플랜B’로 평가받는 인물들은 표결 이후를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민주당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이번 탄핵 정국에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사법리스크라는 약점이 부각되기보다는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이 대표 중심 체제가 강화될 것”이라며 “이 대표의 경쟁자로 나서기보다는 하나로 결집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이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