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서 사업을 중단하는 소상공인이 새로 개업하는 소상공인을 크게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생태계는 그 국가사회의 건강성을 판별하는 결정적인 척도라는 측면에서 이는 예사 문제가 아니다. 일단은 시중 경기의 한없는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보이지만, 제도적인 허점이나 약점이 작용하는 것인지 면밀하게 살펴볼 지점이 있어 보인다.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발간한 경기도 소상공인 경제 이슈 브리프 ‘2024년 상반기 경기도 소상공인, 개업보다 많은 폐업’에 따르면 폐업률이 크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 수는 2020년 상반기 447,259개에서 2024년 493,413개로 증가했지만 2023년부터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2024년에는 폐업률이 개업률을 앞지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개업 점포 수는 2020년 34,188개에서 2024년 33,213개로 감소했으며, 폐업 점포 수는 2022년 21,753개에서 2024년 상반기 33,555개로 늘어나 같은 기간 폐업 점포 수는 무려 54.2%나 증가했다.
경기도 소상공인 점포의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은 2022년 0.59에서 2024년 1.01로 상승했다. 비율이 '1'을 넘어섰다는 것은 새로 문을 여는 점포보다 문을 닫는 점포가 더 많아졌음을 비율로 보여준다. 특히, 소매업은 전체 46개 생활밀접업종 중 36개 업종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기록하며 업계 내 심각한 위기를 나타냈다.
경기도 31개 시군의 2024년 상반기 개업률은 과천시와 가평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전년동기 대비 감소했으며, 부천시는 5.97%p로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폐업률은 하남시(7.33%), 화성시(7.12%), 평택시(7.11%)가 높게 나타났다. 또한, 31개 시군 중 13개 시군에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1’을 넘겼다. 부동산 중개 및 대리업, 가방 및 기타 가죽제품 소매업 등 6개 생활 밀접업종이 도내에서 개업 대비 폐업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은 ‘소상공인·자영업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의 비중이 매우 높은 나라다. 자영업 비중이 높은 이유는 선진국 수준의 고용·복지망이 구축되지 못한 그 빈틈을 소상공인과 자영업 경제가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의 재취업도 소상공인과 자영업 경제가 도맡아 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지 않고 단지 보호와 지원의 대상으로만 간주하며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건성건성 수립해온 게 사실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연구 결과 소상공인의 사회경제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소상공인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생산유발효과 총합은 1,546조원으로서 전체 경제 산출의 35.4%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 유발효과도 642조 원으로 전체 경제 부가가치의 33.8%에 달한다. 취업 유발효과도 전체 취업자 수 대비 47.2%, 고용유발효과는 전체 피고용자 수 대비 40.6%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경기도에서 소상공인 폐업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다는 것은 구멍 난 고용·복지망으로 인해 자영업으로 내몰린 도민들이 혹독한 불경기 등의 한계에 부딪혀서 막다른 골목에 몰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뜻이다. 먹고살 길을 찾느라고 시작한 사업이 성공은커녕 빚더미만 남기고 끝나는 일이 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도 이런 현상은 방치돼서는 안 된다. 관계 당국은 하루빨리 소상공인들을 실패와 절망의 늪에서 구출할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식의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은퇴자와 조기 퇴직자들이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자영업 쪽으로만 몰려가는 이 비극의 행렬을 언제까지 구경만 할 참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