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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보약] 죽고 싶다는 마음 

 

누구나 한번, 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몹시 힘든 과정을 거친 후에 떠올릴 수 있는 ’죽고 싶었다’ 는 마음을 종종 만난다. 간단한 자가보고식 질문을 통해서 혹은 오래된 병을 앓게 된 과정을 토로하는 중에 불쑥 드러난다.

 

구토와 어지럼 등으로 잘 먹지 못하는 배우자를 간병하느라 응급실에 수차례 방문했다는 할아버지는 부인의 치료를 위해 여러 곳을 수소문하다가 내원했다. 진료의 끝에 다다를 즈음 “·많이 힘드시죠” 라고 말씀드리니 “매일 죽고 싶지만 차마 이 사람을 두고는 죽을 수 없어서 하루 하루 버티고 있는 거지요”라고 말한다.

 

오래도록 잘 낫지 않는 신체화 장애로 내원한 한 30대 청년은 치료를 해가던 어느날 기억을 꺼내보인다. 엄마에게 홀대했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기억. 열 살때 부모님이 이혼한 후 한번도 보지 못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 가난, 학창시절 왕따의 경험, 직장에서의 따돌림의 고백이 이어진다. 죽고 싶었다고 말하며 울먹인다.

 

한 중년의 환자는 무너져 있는 몸과 마음을 원인을 묻다가 보니 얼마 전에 딸이 자살했다 한다. 위태한 결혼생활을 견디며 열심히 하루 종일 돈을 벌기 위해 일했다. 매일이 과로였다. 딸이 죽기 전날 유독 일이 많았다. 그 고된 일이 끝난 새벽에 하필 딸은 잠든 엄마를 깨워 남자친구와 헤어져 힘들다고 하소연 했다. 정말 안 졸고 싶었는데 졸음이 쏟아졌다고 말하는 그 참담한 표정이 어른거린다. .

 

어떤 마음이 죽음에 닿는가. ‘자살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슈나이더만은 대부분의 자살이 심리적 고통을 수반하는 다섯가지의 욕구인 ’좌절된 사랑, 단절된 관계, 공격받은 자아상, 손상입은 통제력, 좌절된 지배욕과 관련된 과도한 분노’ 중 하나와 관련된다고 한다.

 

이 다섯가지 욕구를 아버지를 자살로 잃기도 한 자살연구가인 심리학자 토머스 조이너는 좌절된 소속감과 짐이 된다는 느낌으로 포괄한다. 소속에 대한 욕구는 빈번한 상호작용과 지속적인 보살핌의 결합을 필요로 한다. 상호작용은 자주 일어나되 긍정적이어야 한다. 효능감은 자신이 유능하다는 느낌이다. 이 욕구가 좌절되면서 스스로가 무용하다고 느껴지고 쓸모 없고 짐이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는 이런 느낌과 함께 치명적인 자해를 가할 수 있는 능력의 습득은 자살의 실행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고 말한다. 인간의 가장 큰 본능인 생존본능을 거스르는 두려움을 뚫어야 자살을 결행에 옮길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소속감과 효능감을 돌보는 것과 동시에 좌절의 순간에 자신을 파괴하는 행동이 아닌 생산적인 대체 행동을 안내하고 계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마음건강사업을 실시중이다. 우울증과 자살사고에 대해 한의원 등 일차의료기관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검진하고 필요한 상담을 연결한다. 필요한 치료를 통해서 연결과 지지를 만드는 것은 도움의 시작이다. 이에 더해서 지속적인 사회적 소속감과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자립으로 이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이 쓸모있다고 느낄 수 있고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관계 속에서 살만한 삶을 만드는 것, 어떻게 가능할까 마음 속 빛나는 응원봉을 켜고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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