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라는 시를 써서 유명해졌다. 모두가 외롭다는 것. 자연도, 하나님도 외롭다는 이 형벌 같은 외로움의 본질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명으로서 피할 수 없는 존재론적 문제인 것일까?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은 시와 산문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언어요 문장일 것이다.
외로움에도 갈래가 있다. 각각 느낌과 고통스러운 우울감이 다르다. 꿈과 사랑을 잃은 젊은이,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희망이 꺾이어서 주저앉고 싶은 소상인과 농민들, 가족을 잃은 이들의 피맺힌 한 같은 그리움과 외로움- 어떻게 하면 새해에는 외로움이 덜 느껴지는 가운데 살맛 돋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3일, 한밤중에는 윤석열이란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음 날 04시 30분에는 계엄 해제를 선언했다. 따라서 12월 14일 오후에는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안이 비상계엄령 선포 11일 만에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이게 무슨 한밤중의 악몽이었던가. 아니면 국가적인 비상사태에 따른 군인들의 작전 연습이었던가.
이 순간 국가의 명예를 빛내고 문화예술인과 온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준 한강 작가는, 스웨덴의 밤을 빛낸 수상자로서 스톡홀름 노벨 만찬에서 ‘생명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한다는 수상 소감을 발표했다. 나이 선배로서 이 작가에게 한없이 부끄러웠다. 한 여성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세계에서 가장 받고 싶어 하고 우러러보는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역시 ‘동방예의지국은 다르다’고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는데 작가가 태어난 그 땅에서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뒷수습에 소란을 피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젊은이들과 노조원 그리고 뜻있는 많은 분이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에 모여 촛불집회를 하며 “누구는 물러가라”고 추위 속에 외치고 있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금배지를 차보지도 않았고 국가의 녹을 먹는 사람도 아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게 부끄러웠다. 결론은 이 나라에 ‘승⭑두⭑석(승만, 두환, 석ㅇ) 같은 이가 제발 그만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대회의 정조 치세 어록을 보면, 1797년 12월 말 광주 목사 서형수에게 보낸 비밀 편지 내용과 함께 신하에게 안부를 묻는 대목이 있다. “해가 바뀌는 시기가 되자 무엇보다 앞서 초가에 누더기를 입은 백성이 떠오른다. 연말에도 이 지경이니 년 초에는 더 심각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도적 떼가 날뛰는 것도 괴로운데 백성들을 돌보아야 할 아전들이 앞장서 도적 떼와 결탁해서 한 술 더 뜬다.” 고 하는. 백성을 자기 몸과 가족처럼 생각하는 정조의 마음이 눈물겹게 고맙다. 그리고 신하에게 비밀 편지를 보내면서도 본분을 잃지 않고 깎듯 한 점이 과연 대왕답다는 생각이다. 조선왕조 500년 동안 한글을 지으신 세종대왕과 함께 인문학적 사상으로 백성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는 휴머니즘에 가슴 수그러지는 정조 대왕이다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는 말은 1953년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국민들에게 한 연설 중 일부다. 그리고 그동안 그는 자기 집무실 책상 앞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문구가 새겨진 명패를 두고 일했다. 그런데 이 명패는 우리나라 윤석열 대통령 책상 위에도 있다.
글머리에서 나는 한 시인의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시를 말했다. 바꿔 말하면 사람이니까 외롭다는 것이다. 된 사람일수록 외롭고 슬픈 것. 그것을 참고 ‘홀로 움’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조선의 선비정신이요 참된 스승이었다. 한강 작가는 스웨덴의밤 수상식장 그 자리에서 ‘어두운 밤 우리를 잇는 것은 언어’라고 했다. 그리고 ‘문학의 실로 세계를 잇다’라고 평했다.
지금은 2025년 새해다. 새해는 덕담과 세배로 온다. 모든 독자에게 ‘너무 외로워하지 마세요. 외로우니까 가족과 이웃이 있으니까요.’ 하고 인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이 제발 국민(백성)의 힘을 빼는 일과 스트레스 주는 일 없는 가운데,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나무 열매처럼 익어가고 예쁘게 희망을 기다릴 줄 아는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 이것이 2025년 나의 덕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