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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금의 시선] 조국은 병사에게 무엇을 주었나?

 

북한군 러시아 참전이 사실일까?. 12일 KBS에서 북한군 2명을 러시아 쿠르스크지역에서 생포했다고 보도했다. 붕대를 감은 얼굴이 공개되었다. 외모가 비슷하지 않아 보인다. 설마 아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작년 10월 북한군이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었을 때에 설마 했다. 그런데 사상자가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났다. 한 달 안되는 사이 ‘북한군 한 개 대대 사망, 총 38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죽음이 통계로 기록되는 전쟁판에 북한 군인이 있었다.

 

북한군은 어째서 러시아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을까. 그것도 최전방에서 총알받이가 되어 지뢰를 해체하며 전우의 죽음을 뒤로하고 떠밀려 나가야 하는지. 병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겠다 약속이라도 했는가. 무자비한 드론이 병사를 공격하는 영상을 보는 것으로 충격인데, 그 당사자가 내가 떠나온 내 고향 사람들이라는게 보기가 무척 힘들다. 아직 전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병사가, 어느날 명령으로 지형에도 익숙하지 않는 전장으로 왔을 것이다. 만약 참전 사실을 알았다면 ‘난 못가겠소’ 거부라도 해보고 죽어도 덜 억울하지 않겠다. 막판 전쟁이 얼마나 처절한지 병사의 조국에서 모를리 없다. 전쟁으로 가난해진 나라가 전쟁으로 부유해지겠다고 전장에 병사를 보냈다는 역설이다.

 

요즘 극장가에 영화 ‘하얼빈’이 예매율 1위에 있다. 안중근은 두만강과 러시아를 넘었다. 차거운 얼음이 두텁게 깔려 있는 두만강, 그 위에 안중근은 쓰러져 있다. 안중근은 경계를 품고 있다. 경계를 품은 사람은 시간이 흘러도 기억되고 다시 또 다시 소환된다. 자신을 위함도 있지만, 또한 아울러 모두를 위한 길을 택한 숭고한 정신을 영화에서 읽게 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두만강을 넘었는가. 그리고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이유는 죽은 자의 목숨값이라 말한다. 개같은 죽음도 있지만,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죽음도 있다. 무자비한 공격과 폭격에 부나비처럼 끼어든 병사의 목숨은 어느쪽인가. 감히 만세를 웨치고 죽을만한 죽임인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서 최전방은 영화촬영하는 세트장이 아니다. 누구를 죽여야 살아남는 게임이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고지전을 보라. 불과 백년도 지나지 않은 가까운 과거 일이다. 무엇을 읽고, 무엇을 반복하지 말아야하는지 아는 것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과거의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기나긴 분단선, 악몽같은 전쟁은 유령처럼 자꾸 살아난다. 그리고 고향을 떠난자. 돌아갈 고향이 없는자. 경계에 서 있는 자들 심장을 자꾸 찌른다. 전쟁은 어째서 일어나며, 전쟁은 왜 꽃다운 목숨을 필요로 하는지. 첨단 기술 덕분으로 살인 무기는 점점 발전한다. 병사를 조준하는 드론에 무슨 청춘이 있으며, 총알에 무슨 이웃과 가족이 있겠는가.

 

병사여, 조국은 당신에게 무엇을 주었는가? 혹여 살아돌아갈 희망이라도 주었는가. 아니면 부귀영화를 약속 받았는가. 살아남아 전쟁의 참혹함을 알려주는 일이 더 명예롭지 않겠는가. 살아만 있으면 언젠가 우리는 만나게 되어있다. 명예도 명분도 없는 전장에서 병사가 죽은들 그것은 통계로 기록될 뿐이다. 얼마나 더 죽어야 이 전쟁이 끝날 것인가. 죽기살기로 싸우는 사람도 지켜보는 사람도 숨막히고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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