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지 보러 가기엔 가파른 언덕에 숨이 턱 막혀요.”
지난 19일 오후 3시 인천 중구 개항장 일대. 각양각색의 관광객들이 뒤섞여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다. 차이나타운·신포시장·월미도 등이 몰린 아랫동네는 주말만 되면 긴 줄에 시끌벅적하다.
인천의 과거가 숨 쉬는 윗동네는 조용하기 짝이 없다. 개항기 건축물인 제물포구락부·인천시민愛(애)집 등이 발길을 기다리는데, 막상 관광객들은 언덕을 올라오면서 기력을 다 써버리기 일쑤다. 휠체어 사용자나 노인들은 오를 엄두가 안 날 정도다.
이날 ‘뚜벅이’ 여행객들의 가쁜 숨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서 중간중간 멈춰 남은 길을 가늠했다. 한 관광객은 힘겹게 마지막 한 발짝을 내디딘 뒤, 계단 끝에 주저앉기도 했다.
개항장에 방문한 A씨(83)는 “평지는 걸어도 언덕길은 체력이 안 돼 오를 수 없다”며 “위에 관광지가 있다는 건 알지만 그냥 밑에만 보고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놀러 온 관광객 B씨(29)는 “올라올 때 힘들었지만, 공간들이 너무 예뻐서 좋았다”면서도 “200년 넘은 플라타너스나무도 있던데 표지판 같은 게 없어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고 꼬집었다.
인천시는 67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개항장 역사산책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이 사업은 제물포구락부·인천시민애집 등과 연계한 산책로·전시플랫폼을 조성하는 것으로, 1930년대 건축물인 소금창고와 문화주택을 복원해 문화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앞서 자원특화사업으로 플라타너스 길·조계지 계단 정비와 역사 산책길 조성도 마쳤다.
역사산책공간 조성은 시 제물포르네상스개발과가 맡았으나, 이달 중 시 문화유산과로 인수인계할 예정이다.
시 문화유산과는 용역을 통해 관리운영 방향을 정할 방침이다. 조만간 ‘개항장 소금창고 부지 공간기획 및 전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빠르게 용역을 마친 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공사비를 확보해 착공한다는 구상이다.
시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되는 만큼 목표 개방 시점을 ‘인천시민의 날’(10월 15일)에 맞췄다.
다만 관광객의 구미를 당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높은 언덕에 포기하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양질의 콘텐츠나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하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민의날을 목표로 개관일을 잡고 있다”며 “용역을 통해 문화주택을 주택전시관 아니면 소규모 갤러리로 활용할지 등 방향성을 알아볼 계획이다. 야외공간도 만들어져 소규모 공연장 등 활용방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