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게임업계가 ‘머지(Merge)’ 장르에 주목하고 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전성기와 달리, 짧은 시간 동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시장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머지 게임 개발이 본격화하고 있다.
머지는 퍼즐 게임의 하위 장르로, 동일한 블록이나 아이템을 합쳐 더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는 방식의 게임이다. 조작이 간단하고 플레이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남녀노소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특히 20~40대 여성 이용자가 핵심 타깃층으로 알려져 있다.
글로벌 모바일 시장 데이터 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머지 게임 시장 규모는 1조 8000억 원(약 12억 달러)으로 전년 대비 121% 성장했다. 이는 캐주얼 하위 장르 게임 중 가장 높은 성장치다. 뿐만 아니라 머지 장르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1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머지를 포함한 퍼즐 게임은 인게임 과금 요소가 MMORPG 등 타 장르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적어 수익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퍼즐 장르 특성상 이용자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고, 게임 중간중간 등장하는 광고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머지를 포함한 퍼즐 장르가)하드코어 MMORPG 등과 비교하면 인게임 재화 구매 필요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나, 한 번 퍼즐 게임에 정착한 이용자는 해당 게임을 상대적으로 오랫동안 플레이하는 경향이 높다"면서 "광고 제거 아이템 및 게임 중간에 등장하는 광고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게임업계의 BM(Business Model)이 배틀패스 및 정액제 등 '착한 과금'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만큼, 머지 장르 신작을 개발할 만한 요인이 충분히 된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머지 장르의 성장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관련 신작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2022년 출시한 머지 쿵야 아일랜드로 국내 머지 게임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해당 게임은 출시 직후 한국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1위를 기록했으며, 같은해 ‘대한민국 게임 대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또한 ‘구글플레이 베스트 오브 어워즈 2022’에서 ‘올해를 대표하는 게임’으로 선정됐다.
퍼즐명가 위메이드플레이도 머지 장르에 주목했다. 위메이드플레이는 '애니팡 머지'를 최근 글로벌 출시했다. 위메이드플레이의 대표 IP인 '애니팡 프렌즈' 2기 캐릭터를 활용해 머지 퍼즐 게임을 구현해 냈다.
소셜 카지노 게임사 더블유게임즈는 머지 게임 전문 개발사 팍시 게임즈를 인수하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팍시 게임즈는 머지 스튜디오를 개발한 머지2 장르 대표 기업으로, 퍼즐과 자원 관리 요소를 결합한 독특한 게임성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더블유게임즈 관계자는 "팍시 게임즈 인수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머지 장르 내에 발을 내딛게 됐다"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머지 게임 시장 내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머지 게임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경기신문 = 이효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