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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맛' 보여준 금감원…우리은행 부당대출 2300억 원 적발

손태승 관련 부당대출 총 730억 원 규모
절반 이상이 임종룡 회장 임기 중 취급
자회사 M&A 등 의사결정 절차도 미흡

 

우리은행에서 지난 5년간 2300억 원 이상의 부당대출이 집행된 사실이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를 통해 드러났다. 특히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의 규모는 730억 원으로 지난해 검사 때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금감원은 이 중 60% 이상이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 취급됐다며 현 경영진을 정조준했다.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여신 관련 징계 수위가 대폭 낮아지는 등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내부통제 절차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내규를 따르지 않는 등 절차상의 문제도 적발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4일 오전 '2024년 금융지주·은행 검사결과 설명회'를 열고 우리은행에서 2334억 원(101건) 규모의 부당대출이 실행됐다고 전했다.

 

 

이번 검사를 통해 380억 원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이 추가로 적발됐다. 이로써 지난해 6월 수면 위로 떠오른 손 전 회장 관련 우리금융의 부당대출 규모는 총 730억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은 손 회장 재임 기간보다 임종룡 회장 취임 이후에 더 많이 취급됐다. 손 전 회장 친인척이 연루된 부당대출 730억 원 중 61.8%(451억 원)가 임 회장 임기 중 집행됐다.

 

또 손 전회장 관련 전체 부당대출의 46.3%(338억 원)는 이미 부실화(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된 것으로 파악됐다. 기존에 적발된 손 전회장 관련 부당대출 350억 원 중 84.6%가 부실화됐다는 점을 미뤄볼때 현 경영진 임기 중 발생하고 정상으로 분류됐던 328억 원 역시 향후 부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처럼 대규모 부당대출이 취급되는 동안 우리금융지주의 내부통제는 실효성 있게 작동하지 않았다. 전직 우리은행 부행장을 비롯해 27명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들은 단기성과에 집중하느라 여신심사를 소홀히 했고, 이에 따라 총 1604억 원의 부당대출이 이뤄졌다. 이 중 61.5%(987억 원)은 임 회장 임기 중에 취급됐으며 부실화 된 대출은 1229억 원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의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금융사고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손 전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우리은행은 여신 관련 징계 기준을 다른 은행 대비 대폭 완화했다. 해당 기준은 지금까지 바뀌지 않았고 결국 여신 사고에 연루된 은행원 중 상당수가 경징계에 그치는 결과를 낳았다는 설명이다.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당국에 5개월 가까이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우리은행뿐만 아니라 여러 은행의 내부고발 제도가 활성화되지 않아 금융사고를 발견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사례가 여럿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대규모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아 금융사로서 기본적인 윤리의식과 역량마저 의심받고 있다”며 “부실한 내부통제는 특정 금융사만의 문제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임이 명확해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회사 인수합병(M&A)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동양·ABL생명 M&A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인허가를 승인하지 않을 경우 계약금을 몰취하는 조항이 주식매매계약에 포함됐는데도 이를 논의하기 위한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안건을 이사회에 부의하기로 미리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사회가 인수합병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는 등 본연의 기능인 경영진 견제・감시가 제한됐다”고 말했다.

 

파생상품을 이용한 손익 조작으로 손실을 숨긴 사례도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한 딜러는 지난해 '홍콩H지수' 급락으로 장부상 손실이 확대되자 내부 손실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평가데이터 입력값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방식으로 손실 누적액 약 1000억 원을 2년 이상 숨긴 사실이 확인됐다. 

 

그룹 차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계열 신탁사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등 리스크 관리에 미흡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이를 모두 반영할 경우 보통주자본(CET1)비율이 0.1~0.2%포인트(p)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 평가를 제재 심시와 별개로 진행해 가급적 빨리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의 동양생명·ABL생명보험 인수 인허가 심사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금융위원회에 인수 승인서를 제출한 바 있다. 금융위는 추가 자료 요구 등의 기간을 제외하고 두 달 내 심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의 정기검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국민은행에서는 영업점에서 팀장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을 도와 허위 매매계약서 등을 기반으로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쉬운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방식 등으로 부당대출 892억 원(291건)을 해준 게 적발됐다.

 

농협은행의 경우 영업점에서 지점장과 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 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받는 등의 방법으로 649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 90건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세 은행의 부당대출 등 위법사항을 엄정 제재하고, 모든 금융지주와 은행에게 자체 점검 계획을 제출받을 계획이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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