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07 (금)

  • 흐림동두천 -8.0℃
  • 구름많음강릉 -6.1℃
  • 서울 -6.9℃
  • 구름많음대전 -2.3℃
  • 대구 -4.6℃
  • 맑음울산 -2.7℃
  • 구름많음광주 -0.7℃
  • 맑음부산 -0.7℃
  • 흐림고창 -0.1℃
  • 흐림제주 5.6℃
  • 흐림강화 -8.0℃
  • 맑음보은 -4.1℃
  • 흐림금산 -0.8℃
  • 흐림강진군 -3.2℃
  • 맑음경주시 -7.5℃
  • 맑음거제 1.1℃
기상청 제공

[생활에세이] 솔바람 소리와 고래의 꿈

 

겸손한 인품과 성실한 생활태도를 가치덕목으로 삼고 살던 시대는 나의 스승과 함께 가버린 것 같다. 오늘날은 바람의 오염과 세상의 소음이 이명(耳鳴) 증상 같이 두뇌를 울리고 있다. 하여 고하(古河) 선생의 '시조로 본 풍류 24경'을 꺼내어 보니 '청정한 소나무여, 솔바람 소리여'가 펼쳐진다.

 

"산골짜기에 가까운 집 오는 사람 드물어/ 홀로 국화꽃 따 들고 돌밭에 앉아 있네."

 

(幽居近壑人來少유거근학 인래소 ⭑ 獨採黃花坐石田독채황화 좌석전). 성수종(成守琮1495-1533)의 칠언절구를 만나게 된다. 그런가하면 ‘누워서 듣는 맑은 퉁소 같은 바람 소리 파도처럼 흩어지는 솔바람 소리 (臥聽晴賴散松濤 와청청뢰산송도)라고도 했다.

 

수필가 윤오영은 소나무를 들어 ‘공기를 청신하게 하고 폐를 깨끗하게 해주는 점에서 다른 나무들이 당할 수 없다,’고 했고, 솔바람 소리는 ‘청아한 냄새가 신선한 향기를 퍼뜨린다.’했다.

 

십여 년 전 남편을 잃은 친구 부인과 부인의 시댁 당숙뻘 되는 내 친구와 그의 자동차로 모악산이 멀지 않은 곳으로 갔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은 뒤, 친구 부인이 차를 대접하겠다고 하여 간 곳이 ‘대바람 소리’라는 찻집이었다. 부인의 시댁 당숙은 나이 차이는 있어도 남편의 손 위였다. 차를 마시면서 두 사람의 집안 이야기는 본격화되었다. 부인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그의 형과 재산관계로 형에게 고소를 당해 고통 속에 세상을 떠났는데 그의 형 또한 불행하게 되었다는 것을 당숙에게 들려주는 내용이었다. 꽤나 지루한 시간이었다. 솔바람 소리는커녕 우리나라 정치꾼들의 다툼 못지않은 패악스런 행동에 가슴이 메스꺼웠다.

 

두 사람이 대화하도록 하고 잠시 밖으로 나갔다. 솔바람 소리로 가슴을 가라앉히고 찻집으로 다시 들어서는데,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 꿈을 꾸어라.’는 작은 액자에 눈길이 멎었다. 그래 새우잠을 잘지라도 큰 고래를 잡겠다는 꿈이 있어야겠지.

 

‘황량한 바람이 유령처럼 불어오는 밤/ 잠의 문전에 기대어 생각한다./ 세상에서 맨 처음으로 꿈을 꾸었던 사람을…’ 빌리 콜린스의 '첫 꿈'의 시작 부분이다. 우리의 가슴에 단비를 내리게 하는 꿈! 그 꿈을 누가 제일 먼저 꾸었을까?

 

돌고래는 수컷 두 마리씩 짝패를 만들어 한 마리의 암컷을 놓고 양 측에서 방향을 제어하며 쫓아간다고 한다. 몇 시간 지나서 암컷이 도망가기를 포기하면 둘 중 한 마리가 짝짓기를 하고 다시 새로운 암컷을 찾아 나서는데 그때는 조금 전에 사랑을 못한 수컷의 차례다. ‘아까는 네 차례고 이번에는 내 차례야’라는 그런 계약이 딱 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얌체같이 먹고 튀는 놈도 있다는 것, 그놈은 팀에는 끼워주지만 결정적 순간 탁 쳐내버린다고 한다. 동물들의 도덕적인 추구는 멈추지 않는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만 사회적 평판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래서 돌고래의 꿈이 등장했는지 몰라도.

 

쇠똥구리는 몸길이 1.8cm, 몸 빛깔은 검고 광택이 난다. 여름철에 짐승의 똥을 둥글게 뭉쳐 굴리어 흙 속에 묻고 그 속에 알을 낳는다. 쇠똥구리는 밤톨만한 크기로 둥글게 경단(瓊團)을 만들어 굴리는데 자기 몸의 15배를 직선의 길로 암컷 수컷 한 쌍이 사이좋게 굴린다고 한다. 경단은 애벌레의 식량으로써 애벌레는 식량 안에서 영양을 섭취한 지 5일이면 밖으로 나온다고 한다.

 

매일 아침은 내가 부활하는 시간이다. 마음 다잡고 서재에서 신석정 선생의 ‘난초 잎에 어둠이 내릴 때’와 고하(古河) 선생님의 ‘난연기(蘭緣記)’를 꺼내 책상 앞에 앉아서 글줄을 읽어 내린다. 그리고 녹차를 우려 마시며 차의 향을 음미하면서 속된 고래의 꿈을 밀쳐내고 솔바람 소리, 댓바람 소리, 문풍지 우는 소리를 소환해 내 마음의 풀기를 세운다.

 

사는 게 뭐 별것인가. 겸손한 인품과 성실한 태도의 가치 덕목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거지! 하고서 내가 나를 껴안아 달래며 내 길을 가고 있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