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서 윤 대통령 측 변호인이 확인되지 않은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음모론을 꺼내 들었다. 특히, 현직 안보실장인 신원식 실장을 증인석에 앉혀 두고 30분 내내 중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했다. 다행히 신 안보실장이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 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했으나, 중국과의 외교적 갈등 우려를 키웠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신 안보실장에 대한 주신문에서 중국 관련 의혹을 주장했다. 그는 "중국이라면 한국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선거개입을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라며 유도성 질문을 했으나, 신 안보실장은 "가정을 전제로 한 질문은 외교에 영향을 미칠수 있기 때문에 답변하지 않겠다"며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 변호사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이 260만명이고, 그 중 중국인이 96만 2000명이라며 전통적 전쟁 방식에 정치공작과 심리전 등을 더한 '하이브리드 전쟁' 의혹까지 제기했다, 차 변호사는 "증인이 말한 다양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감안하면 이렇게 중국인이 많다고 하는 것은 중국 정부로서는 하이브리드 전을 전개하기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인 건 맞죠?"라는 황당한 질문을 이어갔으나, 신 안보실장은 "단정적으로 제 견해를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습니다"라고 답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다.
윤 대통령 측은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수원 선거연수원 제2생활관이 부정선거 기획을 위한 중국인 해커 숙소라는 음모론까지 꺼내 들었다. 김용빈 선관위 사무총장에 대한 신문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수원연수원 제 2생활관이 외국인 공동주거 주택으로 등기된 이유는 무엇이냐”고 질문했고, 이에 김 사무총장은 “그 건물은 최초에 농어촌공사 건물이었다”며 “공사가 건물을 지었을 때 개발도상국 농어촌 후계자를 데리고 와 교육시키는 시설로 썼고, 그래서 외국인 숙소로 등록됐던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김 사무총장의 설명으로 사실관계가 확인됐지만, 배 변호사는 “그랬다면 외국인 전용시설이라는 것도 바꿔야 하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고, 김 사무총장은 “건물 명칭만 제2 생활관이라 하고 용도를 안 바꾸는 바람에 그게 남아 있는데, 이번에 조치해서 바꿨다”고 답했다.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가 건물을 인수한 후에) 외국인들이 숙박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명확히 말했다.
지난 달 2차 변론에서도 윤 대통령 측은 한 극우매체를 인용하며 ‘계엄 선포 당일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수원 선거연수원에서 부정선거에 연루된 중국인 간첩 99명을 체포해 일본 오키나와 미군기지로 압송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주한미군이 공개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 허위임이 증명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심판 초기부터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배경 중 하나로 부정선거를 주장했다. 중국 정부의 연관성 의혹도 주장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 때는 공개적으로 중국인의 미국 항공모함 촬영이나 국정원 촬영, 중국산 태양광 시설로 인한 산림 파괴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부정선거 관련 내용을 수사기관에 넘기거나 수사를 요청하지도 않았다. 또한 선거관리의 책임은 선관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행안부도 각종 선거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다. 행정부 수반인 현직 대통령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사로잡혀 있는게 기이한 이유다.
윤 대통령 측이 최소한의 근거나 구체적인 정황 없이 미군이 부정선거와 관련된 중국인들을 체포했다거나,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을 주장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외교적 자해다. 근거도 없이 망상에 사로잡혀 미국과 중국을 부정선거 음모론에 끌어들이는 것은 크나큰 국익훼손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