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들이여, 부디 편히 쉬소서.”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179명의 49재 합동위령제가 열린 15일 오전 무안공항 합동분향소. 잿빛 하늘이 드리운 무안공항은 희생자들의 마지막 배웅을 앞두고 애통함으로 뒤덮였다.
이른 아침부터 합동분향소를 찾은 유가족들은 밝은 미소를 띤 고인의 사진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떨구며 슬픔을 삼켰다.
두 자녀를 모두 잃은 한 유가족은 “너무 보고 싶어, 너무 보고 싶다. 내 딸들아. 대답 한번 해봐라. 둘 다 가버리면 어떡하냐”며 비통한 울음을 토해냈다.
무안공항 2층 유가족 임시대기실 한편에서는 아들을 잃은 한 아버지가 백색 달걀에 ‘엄마 아빠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맙고 행복했다 많이 사랑한다’며 글씨를 써 내려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곳곳에선 ‘심리상담사’ 조끼를 입은 유가족 전담 소방대원들이 대기했다. 이들은 오열로 힘겨워 하는 유가족에게 달려가 휴지를 쥐여주고, 때론 등을 토닥이며 진심 어린 위로를 전했다.

◇12·29 참사 희생자 49재 합동위령제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무안공항 내 합동분향소 앞에서 진행된 위령제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김영록 전남지사, 사고 현장 수습 작업에 나섰던 소방공무원들과 국회의원 등 1000여 명이 자리했다.
박한신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에서 “결코 이 사고를 단순한 불행으로 치부할 수 없고, 이 아픔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반드시 그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항공 안전을 비롯한 전반적인 안전 체계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복받치는 감정을 추스르며 “우리가 살아가는 한 당신들의 존재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들이여, 부디 편히 쉬소서”라고 위로했다.

합동분향소 대형스크린에 사고 직후 가족들이 공항으로 달려왔던 순간부터 49일간의 기다림이 담긴 영상이 나왔고 현장은 애써 울음을 삼키던 이들의 통곡으로 가득 찼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철저한 조사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고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끝까지 답을 찾겠다”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49재 이후 추모 공원 조성과 특별법 제정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당초 49재까지로 예정됐던 무안공항 내 합동분향소 등 추모 공간은 당분간 유지될 예정이다.

◇2024년 12월 29일에 멈춘 무안공항…남은 과제는
부서진 콘크리트 잔해가 뒤엉켜 있는 무안공항 활주로는 참사 발생 49일이 흐른 이날까지도 여전히 지난해 12월 29일에 머물러 있었다.
사고 현장 인근 펜스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수백 개의 리본만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그럼에도 흘러가는 시간을 증명하듯 추모글이 적힌 메모지의 잉크는 햇빛에 바래있었다.
아직 우리 사회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명확한 책임자 처벌, 대한민국 항공 안전 시스템의 근본적인 개혁이라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그 중심에는 정부 관계부처는 물론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의 대리인으로서 위치한 국회의 역할이 요구된다.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지난달 출범해 오는 6월 30일까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활동 중이다.
위령제 중 눈시울을 붉힌 김은혜(성남분당갑) 특위 여당 간사는 경기신문과 만나 “사랑하는 사람, 더구나 가족을 잃는 것은 기억이 흐려지는 게 아니라 그리움을 참는 것”이라며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로했다.
김 간사는 “이 같은 비극과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특위) 간사로서 특별법과 유가족분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가족과 슬픔을 같이한 이수진(성남중원) 특위 야당 간사도 “사람의 생명과 안전의 가치만큼 소중한 건 없다”며 “그 가치를 국가 운영에 있어 최우선으로 삼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특위와 별개로 오는 18일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에서는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재발방지 및 공항 인력 충원을 위한 토론회’가 열린다. 토론회에서는 이번 참사를 통해 본 공항의 실태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조치들이 논의될 예정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임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