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스크린의 시대를 넘어 바야흐로 OTT의 시대다. 불과 몇년 사이 전세계에서 쏟아지는 콘텐츠를 안방에서 리모콘 하나로 시청이 가능한 시대가 열리면서 화려한 영상미와 박진감 넘치는 그래픽에 매료된 현대인들에게 OTT는 더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하지만 연극 무대에 서는 배우들이나 극 예술 종사자 입장에서 콘텐츠 홍수 시대의 도래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정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늘고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산업이 크게 증가하면서 연극과 같은 순수 예술의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어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제 연극도 현재의 위기를 돌파할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TV와 스크린에서 활약하던 배우들이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배우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연극 무대가 축소됨에도 TV 스타들이 연극 무대에 오르는 이유는 역시 연극이 주는 매력 즉 무대 위에서 전해지는 배우들의 생생한 호흡과 관객과의 직접 소통 때문이다.
방송이나 OTT 같은 콘텐츠는 매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해지지만 연극은 현장에서 관객을 직접 만나 배우의 열정을 무대위에서 그대로 발산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있기 때문이다.

내달 4일부터 5월 11일까지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연극 ‘분홍립스틱’은
기억이 지워지는 병으로 인해 나를 잃어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배우 정혜선, 박정수, 송선미, 이태란, 정찬, 공정환 등 대중에게 익숙한 연기 배테랑들이 대거 출연해 눈길을 끈다.

또 5월 7일부터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연극 ‘헤다 가블러’에는 배우 이영애가 주인공으로 출연한다. 1993년 연극 '짜장면' 이 32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하는 이영애는 이번 작품에서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감정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그녀는 드라마 ‘대장금’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어, 무대 위에서의 변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밖에도 3월 7일부터 23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연극 ‘비기닝’을 만날 수 있다. 현대인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작품에는 이종혁, 유선, 윤현민, 김윤지가 출연해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이처럼 TV와 스크린에서 활약하던 배우들이 세대 · 주제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무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며 새로운 연기 세계에 도전하는 것은 배우뿐 아니라 침체된 연극계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급변하는 거대한 콘텐츠 산업의 물결 속에서 순수예술 연극이 스타들의 출연으로 다시금 활로를 찾고 소통과 열정이라는 연극의 미학으로 새로운 황금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경기신문 = 우경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