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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앞에서] 헌정질서를 향한 공격과 비판

 

탄핵 선고를 앞두고 선거관리위원회나 헌법재판관들 등 헌법기관을 향한 비방과 중상이 무시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심각해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구성원들이나 헌법재판관들이 중국인이거나 중국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주장에는 헌법기관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리겠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독일 형법의 입법자가 정치인에 대한 명예훼손을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한 동기가 이해가 간다(StGB §188). 나치당이 바이마르 공화국의 공적 기관과 공적 인물들에 대한 “공격”(Der Angriff)을 서슴지 않으면서 무서운 기세로 급성장하는 것을 방치했던 역사에 대한 후회와 반성의 결과일 것이다. 이러한 입법은 공적 존재자들에 대한 공격적 표현을 특별히 가중해서 제재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해석론은 정반대의 생각을 실현해 왔다. 워렌 코트(Warren Court)는 뉴욕타임스 대 설리반(Newyork Times v. Sullivan) 사건 판결을 선고하면서, 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원고의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가 증명되어야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지는 판결들은 공직자로부터 공적 인물 일반으로 법리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왔다. 이러한 해석은 공적 인물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보다, 공적 인물에 대한 공격을 보호하는 것이 오히려 자유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법질서는 공적 존재자들을 향한 공격을 가중해서 제재해야 할까 아니면 제재를 감경하고 완화해야 할까? 공적 존재자들은 언론과 다중의 공격에 더욱 노출되어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보호받아야 할까? 어떤 접근법에 따라 설계된 제도들이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보존과 공고화에 더 잘 기여할 수 있을까?

 

공격 내지는 비판을 받는 상대방이 공적 존재자인지 아닌지에 따라 일률적으로 제재를 더욱 무겁게 하거나 더욱 가볍게 하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그러한 공격 또는 비판의 목적이 "비방의 목적"인지 아니면 "공익적 목적"인지 판단하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 심지어 오해에 기초한 비판이었다고 하더라도 그 진정한 목적이 헌정질서의 수호였다면 자유민주주의를 돕는 비판이 될 수 있다. 그런 경우라고 한다면 헌법기관을 겨냥한 비판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시민의 자기통치(self-government)의 일부로 보고 허용하고 보호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공격들은 헌정질서의 개선이 아니라 헌정질서의 파국을 바라는 민주주의의 적들에 의해 순전한 비방의 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공익적 목적을 조금도 찾아 볼 수 없는 공격까지도 단지 그것이 공적 존재자들을 타겟으로 삼았다는 이유만으로 기계적으로 면책의 특권을 부여해 줄 수 없을 것이다.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는 목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공격이라면 일반 사인에 대한 공격적 표현보다도 더욱 가혹하게 취급해야 할 수 있다.

 

명예훼손 사건의 판결들에서 '공익성' 또는 '공익의 목적'이라는 요건은 표현의 자유를 더욱 넓게 보장하자는 취지에 따라 완화되기도 했지만, 헌법기관을 향한 원색적 공격과 건설적 비판을 분명히 구분해서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 시기에는 결국 목적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다. 동료 시민들을 상대로 헌법기관을 불신해야 한다는 엄청난 주장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목적이 무엇인지 똑바로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마저 양심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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