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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보기] 민주주의는 백성들이 흘린 피의 산물(?)

 

선거철이 되면 국민은 후보자를 머슴쯤으로 착각하기 일쑤다. 유권자들은 출마한 여러 후보자 가운데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을 더 잘하는 후보를 뽑는 투표권을 행사하기에 선거 기간 20일 남짓 동안은 머슴으로 오인할 수도 있을 법하다. 유권자들은 후보자마다 자기가 나랏일을 가장 잘하는 머슴이라면서 공약(空約)이 아닌 공약(公約)을 내걸기에 더욱 헷갈린다.

 

거기에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를 살펴보면 국민이 주권자임을 천명(闡明)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헌법 제1조는 두 개의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고, 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적시(摘示)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헌법 제1조에서는 이 나라의 주권자는 다름이 아닌 국민임을 밝히는 법 조항으로 해석된다. 이는 곧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와도 부합한다.

 

민주주의(demo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는 제도, 또는 그런 정치를 지향하는 사상, 기본적 인권,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칙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수호한다”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를 간략하게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이데올로기’라고 표현한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國)民主(人)主義’이다. 즉, ‘국민이 주인인 정치적 이념’으로 자해(自解)해 보았다. 그러나 후보자가 일단 선출되면 국민과는 상상을 초월한 신분 격차가 생긴다. 원래 국민은 주인이 아니라 공복(公僕)으로부터 다스림을 받는 수동적인 존재였기에 더욱 그렇다. 이는 국민을 백성 민(民)으로 표기한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백성 민’의 어원(語源)은 백성이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걸로 보이는 요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그 유래가 상당히 잔인하다는 것이다. 갑골문에선 目(눈 목)과 切(끊을 절)이 살짝 겹친 글자(字)라고 한다. 그림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고 하는데, 사람의 눈을 형구(刑具)로 찌르는 모습을 본뜬 한자로서 노예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고대 상(商)나라 때 전쟁에서 패한 노예에게 저항력을 반감시키고 노동력을 유지하도록 한쪽 눈을 실명시킨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당시 심심찮게 자행되었던 인신공양(人身供養, human sacrifice)을 할 때 인위적으로 사람의 눈을 멀게 한 후, 의식용 제물로 바쳤다는 데에서 유래되었다는 견해도 있다.

 

그 뒤 시대가 바뀌어 동주시대(東周時代)와 춘추시대(春秋時代)에는 인(人)과 민(民)이 구분되었다. ‘인’은 사(士), 대부(大夫) 이상의 신분을 가진 일종의 귀족 계급이며, ‘민’은 그 이하의 피지배 계층이었다고 한다. 그 뒤를 이은 시대에는 ‘인’은 보편적인 인간을 나타내게 되고, ‘민’은 인의 범주 내에서 피지배 계층을 가리키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부문 위상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에는 여태껏 수동적 존재라는 의미가 강하게 들어있는 편이다.

 

민주주의는 독재에 맞서거나 저항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하여 흘린 피의 산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 같다. 혹자의 ‘죽은 자가 산자를 살렸다’라는 말이 ‘민주주의는 피의 산물’로 이해되는 것은 왜일까? 굴곡진 근현대사는 식민지통치로부터 자주독립과 주권 회복을 위해,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는 자유와 평등의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일제와 군사독재정권에 맹렬히 항거하고 투쟁하면서 수많은 이들이 희생당했다. 그러기에 작금은 선배들이 이뤄놓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차대한 시대적 사명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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