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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적인 일상] 무감각해지는 일상

 

무감각해지고 있다. 별의별 일을 다 겪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어지간한 뉴스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도파민에 중독된 뇌를 가진 사람이 된 기분이다. 122일간의 정치적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갖고 있노라면 눈앞에 놓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 점점 더 힘들어진다. 그래서 내 몸과 머리는 살아남기 위해 무감각해지기를 ‘선택’한 것 같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 이제는 미덕이 아니라 짐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태어난 것이 내 선택이 아니었듯, 그저 던져지듯 시작된 인생일지라도 이 지구라는 행성 위에 발 딛고 살아간다면, 먹고 자고 살아지는 대로 살다 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있다면, 일종의 지식의 고통은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요즘은 정말이지 살기 힘든 세상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살고 싶지 않은 세상이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게만 보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정치도 그렇고, 출산율도 그렇다. 각종 지표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은, 앞으로의 미래가 나아질 가능성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암울한 전망뿐이다.

 

그래도 당장 내일을 포기할 수 없기에 우리는 버텨내고 또 버텨낸다. 자조적인 밈으로 친구들과 웃으며 하루를 견디는 것, 그 짧은 순간이 유일한 낙이 되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건, 이 모든 걸 알고도 뚜렷한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00년, 200년이 지나 지금을 돌아보는 누군가가 “어떻게 견뎌냈을까” 말할지도 모르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는 그저 막막하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이유가 “키우기 힘들어서”가 아니라 “아이에게 미안해서”인 시대다.

 

이처럼 상황이 절망적으로 흘러가자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생긴다. 길게 보고 계획하기보다 짧고 굵게 살자는 쪽으로 말이다. 정책을 볼 때도 장기적 비전보다 당장 손에 잡히는 손익에 집중한다. 그렇게 우리는 근시안적 정책을 선호하고, 또 그런 정책만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수많은 기업들은 이제 미래를 위한, 환경을 위한 ‘척’조차 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무력과 허무 속으로 빠져든다. 하지만 출근을 멈출 수 없고, 눈앞의 일을 놓을 수도 없으니 결국 나는 다시 무감각해지기를 선택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문제를 직면하고, 알아차리고, 감각을 유지해야 한다. 무기력과 허무 속에서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감각이자 책임 아닐까.

 

당장 해결책은 없고, 이 답답함이 오래 이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망했다’고 말하기에 앞서 ‘세상이 이렇다’는 것을 아는 일부터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스로에게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를 묻는 것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때로는, 이 질문이 고통스럽고 무력함으로 돌아올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묻기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무감각해지기보다는 알아차림을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무너져가는 세상 속에서도 감히 살아가겠다는, 작고도 단단한 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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