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회 윤리특별위원회(이하 윤리특위)가 동료의원을 비방하거나 흠집 내기 위한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징계요구안이 접수된 도의원은 물론 일부 윤리특위 위원들은 윤리강령과 윤리실천규범 위반 여부를 심사해야 할 윤리특위 마저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도의회 등에 따르면 도의회 윤리특위는 지난 15일 회의를 열고 고준호(국힘·파주1)·김민호(국힘·양주2)·양우식(국힘·비례)·유호준(민주·남양주6) 등 도의원 4명에 대한 징계안을 보고받았다.
관련 규칙에 따라 윤리특위 징계 여부가 회의 개최일로부터 3개월 이내 정해질 것으로 보이는데 특위 제소가 동료의원 비방으로 활용되는 등 정쟁 도구로 변질됐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고준호 도의원 징계안을 살펴보면 더불어민주당 도의원 12명이 발의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지난 2023년 9월 21일 본회의장에서 도의회 국민의힘 김정호(광명1) 대표의원과 양우식 의원을 대상으로 고 의원이 폭행·폭언을 행사해 의정질서에 심각한 문제와 우려를 발생한 점을 첫 번째 징계 요구 사유로 들었다.
또 지난해 9월 23일 지역구 SOC 사업 관련 예산 삭감에 대한 고 도의원의 발언 등이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두 번째 징계 사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길게는 약 2년이 지나 징계안이 제출(4월 15일)되면서 이를 놓고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징계안 당사자인 고준호 도의원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징계안이 제출된 점 ▲국민의힘 의원들 간 발생한 일을 민주당 의원들이 문제 삼은 점 등을 거론하며 자신의 징계안이 ‘여야 대표단의 협상 결과’라고 주장했다.
고 도의원은 “당(도의회 국민의힘)이 자당 의원을 보호하기는커녕 정치적 거래의 제물로 삼았다면 그것은 정당정치의 근본을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이며 스스로 당내 민주주의를 포기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정치공작에 준하는 사안으로 도민과 당원들 앞에 책임지고 해명해야 할 중대한 정치적 스캔들”이라고 덧붙였다.
한 도의회 윤리특위 위원도 “도의회 민주당이 2년 전의 일, 그것도 다른 당(국민의힘)의 일을 받아서 징계안을 올린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조기 대선 국면에서 남의 당과 관련된 징계안을 올리는 게 향후 득이 될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리특위에 총 2건이 접수된 김민호 도의원 징계안도 징계 사유가 서로 중복돼 있어 ‘정쟁용 징계안’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날 기준 징계안 접수 현황에 따르면 김민호·유호준 도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2건씩, 고준호·양우식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1건씩 각각 접수돼 있다.
이중 각각 2건씩 접수된 김민호·유호준 도의원 징계안의 경우 징계 사유가 중복된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 도의원은 자신의 징계안 공동 발의자로 참여한 자당 의원들을 향해 “이미 오래전에 제소한 사안과 동일 사안을, 그것도 수사기관에 형사고발 됐다가 종결된 사안을 다시 서명을 받아 윤리특위에 상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에서 일사부재리를 규정하고 있고 불이익을 주는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이 서명을 하고 윤리위에 상정했다. 동료의원에 대한 징계안에 깊은 고민 없이 서명하는 의원들, 이것이 도의회의 현주소”라며 “고준호, 유호준 의원에 대한 징계안 역시 마찬가지다. 그 내용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의회 관계자는 “내용이 중복됐다는 이유로 도의회 사무처에서 징계안 접수를 제한할 근거는 없다”며 “징계안 철회 또는 병합에 대한 판단은 윤리특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고 답했다.
[ 경기신문 = 나규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