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에 아직도 대규모 미술관이 없다는 사실에 다들 깜짝 놀라요.”
미추홀구에 사는 A씨(27)는 서울 토박이인 동기를 따라 각종 미술관과 전시관을 누비며 여행한 지 벌써 5년째다. 같은 취미를 공유하다 보니 미술관 방문은 빠질 수 없는 일정이었다.
이번 여행지는 인천이다. 동기는 들뜬 목소리로 계획을 이야기했지만, A씨는 머쓱할 뿐이었다. 대도시인 인천에는 시립미술관이 없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조심스레 전하자,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A씨는 “인구 300만 명이 넘는 인천이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현실을 느낄 때마다 속상하다”며 “곧 인천시립미술관이 생긴다던데,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공간으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미술인들 역시 창작과 교류의 중심이 될 공적 공간의 부재를 지적하며, 오랫동안 시립미술관 설립을 요구해 왔다.
이에 시는 시립미술관을 단순한 전시시설을 넘어, 시민과 함께 구상하고 성장하는 공공미술관으로 만들기 위해 정책·공간·콘텐츠 전 분야를 아우르는 통합적 개관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는 구체적인 실행 단계에 본격 착수했다.
시는 올해 공론화 기반의 ‘사전홍보 프로젝트’, 지역미술 정립을 위한 ‘인천미술사 조사·연구’, 이용자 중심의 ‘공간디자인 실시설계’를 동시에 진행한다고 21일 밝혔다.
먼저 ‘사전홍보 프로젝트’는 시민·전문가·지역미술계가 함께 참여해 미술관의 비전과 운영 방향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공론화 프로그램이다.
올해 전문가와 지역미술인 대상 연구세미나(7∼8월), 시민참여 공개포럼(10월), 온라인 기반 이벤트 등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다양한 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술관 콘텐츠의 핵심 기초자료를 마련하기 위한 ‘인천미술사 조사·연구’도 본격화했다.
지난 2월에는 두 차례 자문회의를 열고 작가 선정 기준, 연구 방향성, 시대와 장르별 흐름, 예술단체와의 연계성 등을 논의했다. 향후 자문회의와 보고회를 거쳐 지역미술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갈 예정이다.
‘인천시립미술관 공간디자인 실시설계’는 전시·교육·수장·공용 영역과 야외구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작품의 이동·설치·보관 과정에서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기능 중심의 설계를 목표로 한다.
아울러 ‘뮤지엄 아이덴티티(MI) 개발’을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미술관의 고유한 이미지와 공공적 가치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작업이다.
시 관계자는 “인천시립미술관은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회복하고, 시민의 일상에 예술이 스며드는 열린 공공미술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정책, 공간, 콘텐츠 전 분야에서 시민과 함께 준비하는 미술관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천시립미술관이 들어서는 인천뮤지엄파크는 전국 최초 미술관, 박물관, 예술공원이 어우러진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미추홀구 학익동 587-53번지 일원에 2028년 개관을 목표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인천 = 김민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