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이 농어촌 등 현금 취약지역의 자동화기기(ATM)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정 수준의 현금 수요가 유지되는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한은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2025년 상반기 화폐유통시스템 유관기관 협의회’에서 “농어촌과 벽지 지역 주민들이 현금 접근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ATM 감축에 신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18일 밝혔다.
회의 참석자들은 은행 점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대안으로 편의점 ATM, 금융기관 공동 ATM, 캐시백 서비스 등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편의점 캐시백 활성화와 공동 ATM 확대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관련 기관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금 수송을 담당하는 민간업체와 비금융권 ATM 운영사들은 현금 이용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호소했다. 이들은 “현금 취급 이외 사업으로의 다각화나 조직 축소 외에는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다”며 “현금 인프라 유지를 위해선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은은 회의에서 해외 주요국의 현금 사용 추이를 비교한 분석 자료도 공유했다.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ATM 설치 비율이 높고, 현금 선호도가 높은 일본,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현금 사용이 급격히 줄기보다는 일정 수준에서 완만하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화폐 수급 동향도 공유됐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화폐 발행 잔액은 197조 원으로, 오만 원권 중심의 순발행 기조가 지난해 말부터 이어지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예비용이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 오만 원권의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상 거래에 사용되는 저액권 수요는 큰 변화가 없었다.
주화의 경우 2020년 이후 유통이 다소 증가했지만 10원화는 발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한은은 “디지털 전환 속에서도 모든 국민이 금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화폐 유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금 접근성을 위한 정책 대안 마련과 정보 공유, 기관 간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