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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특집] "나이 상관없이 모두가 학생"…행복한 교육공동체, 수원 계명고등학교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배움'은 끝이 없다
단순한 학교 공부가 아닌 진짜 '학교생활'을
성인 학습자 맞춤 세심한 수업과 다양한 활동
"계명고에서의 생활, 행복과 즐거움 그 자체"
"학생들 열정이 교사들에게는 자부심, 보람"

전국 학생 약 3분의 1이 교육을 받고 있는 경기도는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지라고 부를만하다. 경기도교육청은 '자율·균형·미래'라는 기조 아래 체계적 공교육 체계 구축과 맞춤형 교육 확대를 목표로 학생들에게 부족함 없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 경기신문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해나가고 있는 도교육청만의 특별한 교육 정책들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학령기 학생들부터 성인 학습자들까지 모두가 어우러져 배움을 이어나가는 조금 특별한 학교가 있다. 바로 수원 계명고등학교다. 

 

계명고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로 일반 학생들과 배움의 기회를 이어나가고자 하는 성인 학습자들이 모두 같은 '학생'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다. 

 

 

◇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배움'은 끝이 없다

 

평일 오후 찾은 계명고는 게이트볼을 하는 성인 학생들로 운동장이 가득 찬 모습이었다. 활기찬 체육 수업은 여느 학교와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시험이 끝난 청소년들은 모두 하교한 상황이었지만 성인 학습자들의 활기차고 열정적인 모습은 학교를 배움의 공간으로 보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현재 계명고는 2000년 신설된 2년제 학력인정과정과 3년제 일반 교육과정으로 나눠 학사를 운영하고 있다. 1975년 개교 이후 3년제 졸업생은 7547명이며 2년제 학력인정과정을 거쳐간 졸업생은 1438명에 달한다. 

 

올해는 3년제에 재학 중인 청소년 97명, 2년제 성인 학생 188명과 함께 교육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학생들의 나이도 다양하다. 학령기 청소년은 물론이고 60대 이하의 '젊은 학생'도 존재한다. 60대가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으며 70대도 32%에 달한다. 최고령 학생은 1940년생이다. 

 

계명고의 성인 학생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학기 중간에 합류하는 학생들의 수가 년간 60명을 꾸준히 넘을 정도로 성인 학생들이 계명고에 보내는 관심은 대단한 상황이다. 

 

 

◇ 단순한 학교 공부가 아닌 진짜 '학교생활'을

 

수업이 한창인 오후 시간, 계명고 한 교실에서는 피아노 소리와 함께 고운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을 가득 채운 학생들은 악보를 펼치고 교사의 지도에 맞춰 '남촌'을 정성껏 따라 불렀다. 

 

학생들의 악보는 수업에 대한 열정을 증명하듯 형식, 마디, 음표를 표시한 필기로 꼼꼼히 채워진 모습이었다. 

 

 

음악 수업이 진행되는 음악실 옆에는 작지만 알찬 도서관이 위치해 있었다. 도서관은 청소년기 학생들보다도 성인 학습자들의 사랑을 받는 공간이다. 

 

계명고 교사는 "점심시간, 쉬는시간에 책을 읽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성인 학습자들의 이용이 잦은 공간"이라며 "작지만 매년 책을 바꾸는 등 정성껏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실 아래에는 정보실이 있다. 다른 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흔한 컴퓨터실이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바로 '한글 키보드'다.

 

성인 학습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배려 넘치는 키보드는 '스페이스바', '쉬프드', '엔터' 등 한글로 모든 자판이 표기돼 학생들이 수업을 더 잘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게 돕고 있었다. 이 역시 계명고 교사들의 고민 끝에 정보실에 자리잡게 됐다. 

 

 

강당도 도서관 못지 않게 계명고 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공간이다. 최근 체육 수업 시간에 탁구를 배우며 학생들의 열정도 함께 올라갔기 때문이다. 

 

계명고 교사들은 "처음에는 탁구채를 쥐는 것도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탁구를 치기 위해 아침 일찍 새벽같이 등교하기도 한다"며 "학교 생활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의 열정도 커진다"고 입을 모았다. 

 

 

◇ 성인 학습자 맞춤 세심한 수업과 다양한 활동

 

고령의 학생들은 잦은 계단 이용이 불편한 만큼, 1층 교실은 모두 성인 학생들의 교실로 구성됐다. 

 

교실에 줄 맞춰 앉은 학생들은 교사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대답하고 농담에 웃기도 하며 즐거운 수업에 빠져들었다. 

 

2년제 학사과정이 시험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예상 문제를 풀이해 주는 교사의 목소리에 학생들의 손도 바쁘게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험지는 연필 자국과 빨간 볼펜 자국으로 가득 채워졌다. 

 

 

계명고는 성인 학생들을 위한 맞춤 수업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사 일정으로 이들의 학교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남이섬, 롯데월드 등 현장체험학습부터 장기자랑이 이어지는 축제, 청소년기 학생들과 성인 학생들이 어우러지는 스포츠데이, 오는 10월 진행될 수학여행까지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의 배려와 노력이 모여 '행복한 학교'를 실현하고 있는 곳이 바로 계명고다. 

 

 

◇ "계명고에서의 생활, 행복과 즐거움 그 자체"

 

상담실에서 만난 계명고의 학생자치회 부회장 박희녀 씨는 입학한 후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다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매일 아침 자발적으로 학교에 일찍 등교해 교내를 청소하기도 하는 '모범 학생'이라는 평이 자자하다. 

 

박 씨는 "수업부터 급식, 체험학습까지 학교생활 중 즐겁지 않은 일이 없다"며 "어렸을 때에는 아들만 고등학교에 보내는 분위기 때문에 공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지금 계명고의 학교생활이 큰 행복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들이 궁금한 것을 몇 번이나 물어봐도 모두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 준다"며 마음을 맞춰주고 배려해 주는 교사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학교 곳곳에서 엿보였던 교사의 배려가 학생들에게도 여실히 닿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오히려 성인 학생들로 인해 보람을 느끼는 것이 크다고 전했다. 

 

 

계명고의 교무기획부장 김용 교사는 "매일 진행하는 수업 1시간 1시간이 저한테는 감격스러운 순간들"이라며 "수업을 끝나고 인사를 하며 박수를 받기는 쉽지 않다. 성인 학생들은 박수를 치지 말라고 해도 박수를 쳐 주고 있는데 이것이 감동스럽기도 하고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말했다. 

 

성인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열정도 교사로서 자부심과 열정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27년째 계명고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 교사는 "처음 성인 학생들을 받았을 때는 내 할머니, 지금은 내 엄마라는 생각으로 가르치고 있다"며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뭐든 못 해 줄까'라는 심정으로 수업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교사들의 열정에 힘 입어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들도 많다. 매년 3분의 1이 넘는 학생들이 대학에 가며 가장 인기 있는 분야는 사회복지다. 올해 졸업을 앞둔 부회장 박 씨 역시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계명고는 오산대학교, 신성대학교, 백제예술대와 MOU 협약을 맺어 학생들을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김 교사는 "대학 진학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정도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지만 역시 아쉬운 점은 '홍보'"라며 "계명고를 알지 못해 입학하지 못하는 성인 학생들이 많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계명고와 같은 학력인정 평생시설이 더 널리 알려져 더 많은 성인 학습자들이 배움의 기회를 이어나가길 바란다"며 "성인 학생들을 위해 앞으로도 힘이 닿는 곳까지 노력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경기도교육청 협찬으로 진행됐습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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