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의 21대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번 대선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먼저 주목할 점은 높은 투표율이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79.4%로, 2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높은 투표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중 분노 투표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번 선거 역시 그럴 가능성이 높다. 대선 직전에는 투표율이 높을 경우에는 김문수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분석의 핵심은 '샤이 보수' 혹은 '셰임 보수'의 존재였다. 이들은 여론조사에 잡히지 않지만, 이들이 투표장에 갈 경우, 투표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만일 샤이 보수나 셰임 보수가 투표장으로 몰려나가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면, 김문수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표율이 높아진 이유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분노 투표다. 즉,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식적이고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았고, 이런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국민의힘에 대한 분노가 투표율을 높였다는 해석이다.
이번 선거에서 또 다른 주목할 점은 각 후보의 득표율이다. 이재명 후보는 49.42%, 김문수 후보는 41.15%를 득표했고, 이준석 후보는 8.34%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일 이 대통령이 50%를 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면, 아마도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할 점은 이재명 대통령과 김문수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다.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는 8.27%다. 이런 차이를 주목하는 이유는, 득표율 차이가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구조 변화 가능성 여부를 보여주는 선행 지표이기 때문이다. 만일 두 사람의 득표율 차이가 10%를 넘었다면, 김문수 후보가 계속해서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를 유지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반대로 5% 이내의 차이로 낙선했다면,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는 없지만 최소한 막강한 당내 기반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한마디로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정도의 차이였다면, 김문수 후보는 당내 권력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8% 정도의 차이라면 매우 애매한 상황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즉, '졌잘싸'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는 성적이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마도 국민의힘에서는 이제부터 각 계파 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시작될 것 같다.
이준석 후보 역시 이번 대선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은 것 같다. 이준석 후보가 획득한 8.34%는 우선 선거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없는 득표율이라는 차원에서 재정적으로 매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됐다. 또한, 이 정도의 득표율은 제3당이 대통령제 하에서 얼마나 그 존재감을 유지하기 힘든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대선은 여러모로 많은 흔적을 남겼다. 그 흔적들이 상처로 남을지 아니면 훈장으로 남게 될지 아직은 모른다. 그것은 정치권이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