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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살아남는 게 기적”이라는 말이 건설업계에서 공공연히 들린다. 과장이 아니다. 올해에만 276곳의 종합건설사가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1.8곳 꼴이다.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던 지난해보다도 빠르다. 2005년 이후 최단기간 폐업 기록이다.

 

한때 ‘건설 불패’로 불리던 산업이다. 아파트는 지으면 팔렸고, 사업성은 늘 계산이 맞았다. 철강, 시멘트, 레미콘, 중장비, 인력 공급까지 건설을 중심으로 산업이 돌았다. 그 중심축이 이제 흔들리고 있다. 아니, 이미 금이 갔다.


과거의 위기는 지방 영세업체에서 시작됐다. 사무실 하나, 인력 몇 명이 전부인 소형 업체들이 먼저 무너졌다. 지금은 다르다. 시공능력 50~100위권의 중견사들, 업계의 허리를 담당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불황이 아니다. 산업 구조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의 뿌리는 복합적이다. 고금리, 자재값 급등, 미분양 누적, 그리고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겹쳤다. 하지만 외부 여건만 탓할 수 없다. 건설업의 작동 방식 자체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돈을 빌려 땅을 사고, 짓고, 분양해 다시 빚을 갚는 구조. 단순하면서도 위험한 이 사슬이 더는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특히 지방 미분양은 심각하다. 전국 미분양의 80%가 지방, 그중에서도 인구가 줄고 산업이 빠져나간 소도시에 몰려 있다. 수요 없는 곳에 공급이 몰렸다. 공급 배후엔 실수요자가 아니라 ‘공급해야만 하는’ 이해관계자들이 있었다. 이른바 ‘공급자 중심 시장’이다. 미분양은 단순한 잔여 물량이 아니라, 언제 터질지 모를 부동산 폭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대책은 여전히 규제 완화, 금융지원, 공공물량 확대에 머문다. 일시적 부양은 될 수 있어도, 근본 해법은 아니다. 지금 위기의 본질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잘못된 공급의 과잉이다. 숫자를 더 늘리는 방식으론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해법은 질적 전환이다. 수도권처럼 수요가 확실한 곳은 정비사업을 정교하게 설계하고, 리모델링 같은 저위험 대안으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 공급보다 보존, 철거보다 개조가 더 필요한 시점이다. 지방은 공급 조절이 핵심이다. 주택이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기반부터 복원해야 한다.

 

PF 구조도 손봐야 한다. 지금은 이익은 금융사가 챙기고, 리스크는 시공사에 떠넘긴다. 담보만 보고 돈이 흐르고, 사업성은 뒷전이다. 이런 구조에선 아무리 성실한 건설사라도 생존할 수 없다.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13개월째 감소 중인 건설 일자리. 철강·시멘트 업체의 감산. 중고 건설장비 거래 급증. 최근엔 동국제강이 인천공장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건설업 하나가 흔들리면 연쇄적으로 산업 생태계 전체가 흔들린다. 건설은 하나의 업종이 아니다. 한국 산업의 중추다.


지금 건설업계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언론도, 정부도, 시장도 아직 본격적으로 반응하지 않지만, 상황은 이미 심각하다. 표면적으로는 일부 기업의 퇴장이지만, 그 아래에선 산업 구조 전반에 균열이 진행되고 있다. 단기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점검과 구조 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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