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물산이 잇따라 입찰에 불참하면서 정비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단순 물량 확보보다는 수익성과 사업성을 철저히 따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도곡동 개포우성4차 재건축 조합은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를 열었으나 삼성물산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삼성물산은 입찰 자격을 상실했고, 현재는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제일건설 등 4개사만 경쟁에 나선 상태다.
개포우성4차는 입지·사업성 모두 우수한 단지로, 당초 삼성물산과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의 3파전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현장이다. 조합원 일부는 “삼성물산의 불참이 의외”라며 입찰 마감일 연기를 제안했지만, 조합 측은 “공식 요청이 아닌 구두 제안에 불과하다”며 기존 일정을 유지했다.
앞서 공사비만 2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압구정2구역에서도 삼성물산은 지난 6월 입찰을 포기했다. 조합이 제시한 대안설계와 금융조건 등이 삼성물산의 사업기준과 맞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 구역은 현재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입찰에 나선 상태다.
삼성물산의 이러한 행보는 일관된 전략 변화로 해석된다. 지난해 잠실우성, 최근 방배15구역 등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반복됐다. 잠실우성의 경우 사업 후반까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지만 입찰 직전 참여를 철회했고, 방배15구역은 애초 사업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불참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단순히 수주 건수 확대보다는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며 “대형사들이 무리한 경쟁을 자제하는 흐름을 삼성물산이 선도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삼성물산은 올해만 9곳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로 선정되며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수주 실적으로는 ▲한남4구역 재개발(1조 5695억 원) ▲장위8구역 재개발(1조 1945억 원) ▲신반포4차 재건축(1조 310억 원) ▲울산 남구 B-04 구역 재개발(6982억 원) 등이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밀도 높은 전략은 시공 참여율 자체는 낮아 보일 수 있으나, 실제 수주 실적과 시장 영향력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며 “리스크가 큰 정비사업 시장에서 오히려 현실적인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