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가 세제 개편 충격에 하루 만에 4%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은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과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겹치며 조정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일 전 거래일 대비 126.03포인트(3.88%) 내린 3119.41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 4월 7일(-5.57%) 이후 최대 하락 폭이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이재명 정부는 취임 직후부터 자본시장 선진화를 내세우며 연이어 증시 부양책을 발표해왔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장중 3288.26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3316.08)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시장 충격의 중심에는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 있다.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을 기존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대폭 낮추고, 증권거래세율까지 인상했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이 시장 기대보다 높은 35%로 책정되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세 부담 확대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특히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일 뿐, 구조적인 하락세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2분기 실적 발표가 본격화되면서 업종 간 차별화 장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저평가 업종과 낙폭 과대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주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4일에는 한화와 롯데칠성을 시작으로, 5일 현대로템과 카카오페이, 6일 KT·하이브·카카오뱅크, 7일 카카오·삼성화재·LIG넥스원, 8일에는 네이버가 각각 실적을 공개한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책 기대감이 다소 후퇴한 상황에서 앞으로는 실적이 주가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며 “이번 조정은 오히려 실적이 뒷받침된 기업에 저가 매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정책에 대한 실망감보다는 실적 중심의 압축 장세가 하반기 시장을 이끌 것”이라며 “정부 정책은 이제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