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태영건설이 시공능력평가에서 20위권에 재진입하며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리와 자산 매각, 수익성 회복 등 재무구조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실질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5년 시공능력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액 2조 3296억 원으로 전년(24위) 대비 5계단 상승한 19위에 올랐다. 워크아웃 직전 24위로 급락했던 순위가 2년 만에 다시 20위권 안으로 복귀한 것이다.
이번 순위 상승은 공사실적 확대와 경영평가 개선이 주효했다. 공사실적평가에 반영되는 최근 3개 연도(2022~2024년) 기준 실적이 2021~2023년 대비 뚜렷한 성장세를 보였고, 지난해 자본잠식 상태에서 탈피하며 경영평가액도 마이너스에서 ‘0’으로 회복됐다.
태영건설은 2023년까지 3조 원 이상의 매출을 내면서도 영업손실 4045억 원, 순손실 1조 4570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엔 영업이익 206억 원, 순이익 668억 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가장 큰 변화는 부채비율의 하락이다. 워크아웃 신청 당시인 2023년 12월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1154.2%에 달했다. PF 대출 남발, 우발채무 급증, 고금리 브릿지론 의존 등 구조적 문제로 ‘도미노 부도’ 우려까지 나왔지만, 현재는 올해 1분기 기준 769.4%까지 낮춘 상태다.
이를 위해 태영건설은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섰다. 여의도 사옥, 문경 부지, 골프장(루나엑스CC) 등을 매각했고, 광명·오산·경주 등 보유 부동산도 처분 절차에 들어갔다. 삼양사, 한일시멘트, SK에코플랜트 주식도 매각해 유동성 확보에 주력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시공능력평가 20위권 재진입이 워크아웃 조기졸업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공공공사 수주와 신용평가, 보증심사에서 순위 상승 효과가 반영될 경우, 실적 개선 속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은 향후 1년 10개월간 자산 매각과 신규 수주를 통해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실 PF의 정리와 고위험 사업장 리스크 해소가 관건”이라며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재무 건전성과 신뢰도 회복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