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02 (금)

  • 흐림동두천 29.7℃
  • 구름많음강릉 37.2℃
  • 흐림서울 31.1℃
  • 구름많음대전 33.5℃
  • 구름조금대구 36.0℃
  • 구름조금울산 35.2℃
  • 구름많음광주 33.2℃
  • 맑음부산 32.1℃
  • 맑음고창 33.7℃
  • 맑음제주 32.8℃
  • 흐림강화 28.3℃
  • 구름조금보은 33.0℃
  • 구름많음금산 33.9℃
  • 구름조금강진군 33.0℃
  • 맑음경주시 38.2℃
  • 구름조금거제 31.9℃
기상청 제공

한국 근대사회의 일상을 엿보다

우리 사회에서 지금부터 100년 전인 근대계몽기(1894~1910년) 는‘위기와 무지’의 시대로 표현되는 시대다.
근래들어 시대와 문화를 읽는 새로운 방법론들이 등장하면서 근대계몽기와 1920~1930년대의 모습들이 다양하게 조명되고 있다.
인천대 국문학과 강사인 이승원이 쓴 '학교의 탄생'(휴머니스트 간) 역시 근대계몽기로 분류되는 100년 전 학교의 풍경을 통해 근대의 일상을 탐험한 인문서이다.
그는 100년 전의 한국 풍경에 대한 텍스트를 읽는 과정에서 우연찮게 당대 학생들의 모습과 자신의 학창시절의 모습이 겹쳐지고 정치적 상황과 교육이 밀접하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승원은 당시의 학교의 풍경이 ‘지금-여기’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100년 전 학교의 풍경과 한국 근대의 기원을 탐색한다.
저자는 서구 제국주의 열강이 한국을 침탈할 무렵 시작된 한국의 근대 학교들이 모든 청소년들에게 무사(武士)가 되기를 권했다고 설명한다. 즉, 사회적 개인을 ‘길러내던’근대적 학교들이 모든 것을 순위로 평가하기 시작했으며 구성원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제도화해 학생들을 구조 속에서 훈련시키고 길들여 왔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부도, 예술도 적과 싸우는 ‘무기’가 되어야 했던 시대상황이 일제강점기와 군사독재 시대를 거친 지금도 남아 있다는 점이다.
그는 한국 근대학교의 기원 속에서 현재의 문화로 이어지는 숨겨진 의미들을 탐사한다.
또한 그는 이 책에서 근대학교 공간에서 일어난 갖가지 미세한 사건들을 만화경처럼 펼쳐보인다.
구시대의 선비와 전혀 다른 삶을 꿈꾸는 학생 사이의 갈등, 과거제도 폐지라는 날벼락을 맞은 조선의 선비들의 우울증, 서양인들에 대한 공포, 신분의 제약에서 풀려난 민중들의 희망, 서당과 훈장 선생님의 퇴출, 사춘기 학생들의 연애와 사랑, 외국어 열풍, 해외 유학의 욕망 등등.그에 따르면 각종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던 당시의 학교는 지금과는 달리 새로운 세계를 향해 가는 혁명적인 공간이기도 했다.
특히 저자는 근대식 학교가 서구로부터 유입된 각종 근대적 문화와 풍속들이 조선의 전통과 일대 대결을 벌이는 격전지였다고 강조하면서‘낡은 삶과 습속’에 대한 전투를 벌였던 계몽가들의 꿈과 희망이 총집합된 공간이었다고 설명한다.
학교를 통해 기독교가 전파되고 새로운 연애관과 결혼관이 성립됐으며 서구식 제도가 일상화 되는 등 근대인을 길러내는 최첨단의 실험실이었다는 것.
하지만 단지 입시를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었으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욕망이 들끓었던 도가니였다.
그가 보기에 부국강병과 자주독립을 위해 우후죽순처럼 창설된 근대식 학교는 온갖 이질적인 담론과 풍속들이 교차하는 공간이었으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을 교육하는 동시에 기존 봉건질서와 전혀 다른 서구적 풍속과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제공하는 역할까지 수행한 공간이었다.
때문에 100년 전 학교의 풍경을 탐사하는 것은 때로는 굴절되고 때로는 왜곡된 모습으로 전해진 한국 근대의 실체적 모습을 제대로 파악하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의 미덕은 근대 초기의 '독립신문' '매일신문' '대한매일신보' '만세보' '소년' '학지광' '개벽' '별건곤' 등 당대 문화와 풍속을 알려주는 신문과 잡지에 실린 내용들을 생생하게 담아낸 점이다.
백년 전 근대 학교의 풍경과 한국사회의 풍속이 고스란히 되살려진 데는 근대 초기의 가공되지 않은 자료들을 8년 동안 독파해낸 저자의 뚝심과 인내심에서 연유한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371쪽, 1만4천원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