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난항을 겪어온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한국은 총 3500억 달러(약 50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펀드를 조성하고,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수출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29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7월 큰 틀의 합의 이후 3개월간 후속 협상이 이어졌고, 이날 정상 간 최종 담판으로 막판 매듭을 지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3500억 달러 중 2000억 달러는 현금으로, 1500억 달러는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 프로젝트’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외환시장 충격을 피하기 위해 현금 투자는 연간 200억 달러 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양국은 투자 방식과 수익 배분, 투자 분야를 놓고 협상 내내 이견을 보였다. 미국은 투자금 전액을 현금으로 선투자하고 수익의 90% 이상을 배분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은 대출·보증을 포함해야 한다며 맞섰다. 투자 분야도 한국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을 선호했으나,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분야”에 투자해야 한다고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지연되자 자동차 관세 인하도 발효되지 못한 채 25%가 그대로 적용돼 국내 완성차 업계의 부담이 컸다.
통상당국은 경주 회담을 앞두고 수차례 미국을 오가며 협상을 조율했다. 김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달에만 2~3차례 미국을 방문했고, 지난주에는 무박 출장까지 감행했다. 정상회담장에는 양국의 재무·통상 라인이 총출동해 최종 문안 조율을 벌였다.
자동차 관세가 15%로 내려가면 현대차·기아 등 국내 업체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동안 유럽·일본 브랜드보다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했다.
반도체도 대만(임시관세 20%) 대비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김 실장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기업들의 대미 수출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시장도 긍정적 반응이 기대된다. 코스피가 4000선을 넘고 외국인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환율은 1400원대 약세를 지속해 왔다. 금융권은 관세 불확실성과 대규모 대미 투자 부담이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무역 불확실성이 원화 약세를 붙잡아 왔다”며 “이번 합의가 시장 부담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번 협정에 일본이 미국과 체결했던 MOU보다 명확한 안전장치를 포함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연간 투자 상한 200억 달러 ▲조선 분야 투자 1500억 달러 명시 ▲현금 투자 2000억 달러 명확화 등이 일본과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또 항공기 부품, 제네릭 의약품, 천연자원 등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상으로 ▲수출경쟁력 회복 ▲환율 안정 ▲시장 불확실성 해소 등 복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향후 투자 이행 과정에서 외화 조달 부담이 간헐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제기된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