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 44년 된 보일러 타워를 철거하던 중 붕괴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해체·철거 공사 안전관리 허점 보완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이번 사고는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인재(人災)로 판명되고 있다. 해체계획서를 무시하고 현장에서 소위 ‘속도전’을 벌이는 위험천만한 관행부터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공공기관조차 중대재해에 대한 인식이 이런 수준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한국재난정보학회가 지난 6월 발간한 ‘국내 건축물 해체 공사 시 재해 현황 분석과 안전관리 개선 방안에 대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건축물 해체 공사 관련 재해는 연간 120건 이상으로, 사망률은 전체 건설업 평균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사고의 경우 대부분 중소규모 현장에서 발생했고 특히 50억 원 미만의 소규모 공사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70% 이상이 발생했다.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올해 토목과 건축 공사 모든 종류의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 총 174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발생한 노동자·민간인 등 재해자는 총 16명이다. 토목·건설 해체 및 철거공사에서는 2020년 243건(18명), 2021년 194건(32명), 2022년 207건(16명), 2023년 231건(22명), 2024년 261건(14명) 등 매년 약 200건의 사고와 두 자릿수 사망자가 발생했다.
해체·철거 공사는 붕괴 등 대형 사고를 수반할 수 있는 만큼 그 위험성은 이전부터 지적돼왔다. 고용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미 지난 2017년 ‘철거·해체공사 표준작업안전절차서’ 발간 당시 “중·고층 건축물의 해체물량이 증가하면서 철거·해체로 인한 대형 안전사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향후 해체 공사 과정에서 적절한 재해예방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지난 6일 오후 울산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에서는 해체 준비 작업 중이던 60m 높이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무너져 9명의 사상·실종자가 발생했다. 9일 오후 현재까지 3명이 사망하고 4명이 매몰된 상태다. 특히 구조물에 팔이 끼인 상태로 발견된 생존자가 구조 도중 결국 숨지는 등 현장에서는 안타까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가 위험한 작업임을 알고도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강행한 정황이 속속 밝혀지면서 이번 참사도 결국 전형적인 ‘위험의 외주화’가 빚어낸 인재로 판명되고 있다. 이 공사 역시 동서발전이 HJ중공업에 시공을 맡기고, HJ중공업이 이를 다시 발파·철거 하청업체인 ‘코리아카코’에 하도급한 다단계 구조였다. 소방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사고 당시 보일러 타워에는 하청업체 직원 9명만 있었다고 한다. 사전 취약화작업을 최상층부터 하지 않고 높이 63m인 보일러 타워의 하부 10m 구간에서 했다는 것부터 이상한 대목이다.
올해 안성 고속도로 교량 상판과 신안산선 터널 공사 현장에서도 붕괴가 잇따랐다. 4년 전 광주 재개발 현장에서는 철거 건물이 버스를 덮쳐 9명이 사망했다. 여전히 부실한 해체 계획, 무리한 공정 단축, 하청과 재하청 구조 속 인력·예산 축소 등이 원인이다. 현장의 체계적 안전관리 대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압박과 형식적인 점검이 개선되지 않는 한 참사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중대재해 반복 기업에 영업정지와 등록 말소까지 검토하는 강력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 시점에 공공기관조차 이 모양이니 허탈하기 짝이 없다. 안전은 규제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영세업장의 안전관리 능력 배양이 급선무다. “사고가 대부분 영세 업장에서 발생하는 만큼 이들의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원청의 하청업체에 대한 관리의무를 강화하고 책임을 떠밀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 완비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