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 공원 가을 단풍이 한창이던 10월의 마지막 날, 한양도성길 성곽 아래 자리한 우리 대학에서는 해외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을 위한 작은 축제가 펼쳐졌다. 낯설고도 재미난 한국문화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그동안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기반으로 한바탕 경연을 펼치는 ‘외국인 한국어 뽐내기 대회’가 열린 것이다. 400여 명의 참가자들이 학교 대강당을 가득 채운 채 하루 종일 웃음꽃을 피웠다.
개인 참가자들이 각각 일정한 주제로 발표를 선보이는 한국어 말하기 대회는 여타 기관에서도 종종 개최되는 편이지만, 여러 명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주제를 선정하고 대본을 쓰고 외워 연습한 후 팀별로 무대에 올라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펼치는 이런 형식의 말하기 대회는 흔치 않아 자부심을 느끼며 이어가는 우리 기관의 특별 행사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대회는 기획 단계부터 몇 달이 소요되는 데다, 준비 과정 내내 학생들도, 교사들도, 행정팀도 하나같이 품이 많이 들고, 대회 당일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 다양한 층위의 협력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매년 꾸준히 대회를 운영해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덧 13회차를 맞이한 이번 대회에는 해외 자매대학 참가팀에, 뉴욕의 고등학교에서 보내온 축하 영상까지 더해져 대회의 열기와 온기를 한층 더했다. 참가자들을 위한 커피 차와 츄러스 차가 이른 아침부터 캠퍼스에 마련되어 학생들은 음료와 간식을 나누며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도 했다. 유학생들에게는 한국어 발표 능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점, 또한 서로 다른 국가 및 지역을 배경으로 한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구성원 간 상호 문화 이해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행사다.
올해는 특히 언어교육센터 설립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해서 이를 기념하는 대회로 기획되었던 까닭에 지난 몇 달 내내 몸도 마음도 분주했다. ‘스터디 코리아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정부 유학생 유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이 20여 년 전이니, 우리 대학의 유학생 교육 사업도 한국 정부의 유학생 유치 정책과 역사를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의 성과를 짚어보고 앞으로의 과제와 비전을 조망해 본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지난 9월 교육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학생 수는 25만 3424명으로 지난해보다 2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8월 ‘스터디 코리아 300K 프로젝트’에서 선언했던 2027년 30만 명 유치 목표가 조기 달성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도 하다. 유학생의 양적 확장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셈이고, 이제는 유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제도 정비와 동반 성장을 위한 섬세한 논의들이 필요한 때다. 유치에 초점을 두던 시기를 지나 취업과 정주로 이어지도록 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마련되고는 있으나, 교육 현장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동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교육의 장으로 들어온 유학생들을 얼마나 품을 준비가 되었는지를 대학은 여러 각도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안정적 체류와 학업을 위한 관리 및 지원 시스템 구축,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 제공, 뿐만 아니라 교수 및 직원 등 모든 구성원을 위한 상호 문화 이해 교육의 장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